산업 산업일반

[여객선 침몰참사] 규제완화기조 바뀔라.. 재계 ‘냉가슴’

김병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08 18:13

수정 2014.10.28 00:29

[여객선 침몰참사] 규제완화기조 바뀔라.. 재계 ‘냉가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가 안전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재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기조가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자칫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드러내놓고 정부에 규제 완화를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는 셈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정부가 안전규제 강화와 경제규제 완화를 분리해 병행 추진하기는 힘든 국면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최근까지 국회에 발의된 180여건의 계류안 내용을 들여다봐도 규제개혁안이 자취를 감춘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는 암덩어리' 발언 이후 40여건의 규제완화·세제혜택 법안이 발의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에 이어 규제개혁 장관회의까지 이어온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기조가 추진동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인식이 기업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과거의 예를 보면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규제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월 발표한 '규제개혁이 실패하는 5대 요인' 보고서도 한국형 규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사회적 관심이 쏠린 사건·사고에 대한 대안이 사고 원인과 무관한 규제 도입으로 결론 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를 '규제도입식 사건해결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입법이 추진 중인 '게임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당장 해운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MB정부의 해운법 규제 완화가 세월호 참사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들이 제기되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선령 완화는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연안여객선 선령 제한을 다시 상향조정한다면 영세한 선사들에 미칠 파급력이 매우 큰 상황"이라면서 "현재 운항하고 있는 배의 상당수 역시 선령기준에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전남도당위원장 주영순 의원실에 따르면 선령 완화 시행 전 15년 이상 노후선박 수입비중은 29.4%였으나 2009년 시행 이후 노후선박 비중은 63.2%로 급증했다. 선령을 상향할 경우 당장 업계에 미치는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정유·화학업계도 숨죽이면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행여 이번 사고 여파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규제 시행령을 확정하는 데 미치진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현재 내년 1월 이 법령 시행을 앞두고 정부 당국이 관련업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앞서 화평법과 화관법은 하위법령을 정리하면서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폭 반영, 규제의 성격을 일부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법 위반 시 연 매출액 5%에 달하던 과징금 부담을 사실상 줄이고 기존 화학물질 등록 시 3년의 유예기간을 두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쪽으로 사회 분위기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박지영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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