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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학교 밖 청소년의 ‘피우지 못한 꿈’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5.18 17:34

수정 2014.10.27 10:08

[차관칼럼] 학교 밖 청소년의 ‘피우지 못한 꿈’

부산에 사는 최군은 올봄 대학에 진학해 건축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한창 꿈 많은 20세 청년이지만 한때 학업을 중단하고 거리를 배회하던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지병으로 요양원에 입원하게 된 시기였다. 어린 마음에도 중학교는 졸업해야겠다 싶어 학교로 돌아갔는데, 적응하지 못해 1주일도 안 돼 다시 뛰쳐나오고 말았다고 한다. 꿈을 잃어가던 그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 준 것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였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차츰 자신감을 회복하고 센터 선생님들의 지도 속에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를 차례로 합격, 마침내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건축학도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최군과 같이 도중에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청소년은 매년 6만~7만명. 지난해에도 초.중.고를 모두 합쳐 100명 중 한 명꼴로 학교를 떠났다. 유학이나 이민을 가는 경우, 장기입원 중이거나 미인가 대안학교를 다니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전체 학령기 청소년의 4%에 해당하는 28만명이 현재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무중력 상태'로 떠돌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의 책무다. 또한 저출산.고령화시대를 대비한 미래의 현명한 투자이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 해냈다는 게 뿌듯하지만, 학교 밖으로 나온 저를 이끌어주고 지지해주는 누군가를 더 빨리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힘든 시기를 잘 헤쳐 낸 최군의 말은 우리사회 학교 밖 청소년 지원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그대로 담겨 있다. 여성가족부는 학업중단 실태파악과 학교.가정.사회 협력을 통한 촘촘한 지원체계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에는 청소년정책 주요 과제로 '학교 밖 청소년의 꿈을 지켜주고 정책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학교 밖 청소년을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한 학생에게 보름간 숙려기간과 전문상담을 제공하는 '학업중단숙려제'가 올 1월부터 전면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해당 학생의 연락처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도 연계되도록 했다. 물론 학생 본인의 사전동의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학교 밖 청소년이 정부 지원정책의 우산 속으로 재빨리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교육부와 함께 학교 밖 청소년 현황조사를 추진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어느 지역에서나 학교 밖 청소년이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재 17개 시·도 지역과 183개 시·군·구 지역에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2017년까지 모든 지역으로 확대한다. 센터는 개별상담, 동기부여, 학습지원과 자격증 취득교육과 같은 자립지원 프로그램을 개개인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거점기관 역할을 더욱 효과적으로 담당하게 될 것이다.

서구 선진국 독일의 경우도 매년 6만명의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한다. 청소년정책 주관부처인'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는 직업체험, 주거지원을 포함한 59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청소년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직업사회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학교 거부-두 번째 기회(Schulver -wigerung- Die 2. Chance)'라는 프로젝트는 학업 중단 자체를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로 바라보고 출발한다.
우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유사한 '청소년상담소'는 이들이 직업을 찾거나 학업에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낙오자''문제아'로 보는 부정적 시선 대신 자신의 꿈을 찾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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