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소명으로서의 정치’와 지방선거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01 17:19

수정 2014.06.01 17:19

[데스크칼럼] ‘소명으로서의 정치’와 지방선거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는 향후 4년 동안 지방자치의 미래를 주도할 지도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다.

이번 선거는 특히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국가적 재앙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참사에 대한 책임론이 주요한 선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국가안전시스템의 부재에 따른 책임을 따져 새로운 국가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정치세력을 선택하고 키워야 한다. 지방선거도 여야의 공과에 대한 중간평가를 하는 성격의 선거인 만큼 정책실패에 대한 표심이 반영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앙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 선거로만 이해되고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는 것은 문제다.
지방선거라는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면 국가적으로 또다른 문제점이 파생된다.

투표일을 불과 며칠 남겨둔 현재까지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면면과 공약 등 개별후보자의 정보뿐만 아니라 각 정당의 지방자치 정책구상도 유권자들에게 명확히 드러나 있지 않은 듯하다. 혁신적 지방정부를 꾸릴 후보들의 자질과 면면, 공약이 부각되지 못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정치적 선거'로만 바뀌는 것은 지난 1994년 지방자치법이 통과된 후 '20살 청년'으로 성장한 한국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주민에 의해 선출되는 지자체 단체장은 임기가 보장되고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의 예산을 주무른다. 또 지방자치단체 인사권의 거의 전부를 좌지우지한다. 특히 광역단체장은 차관급에 준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지방선거는 명실상부한 지방권력을 주무르는 사람을 뽑는 선거다. 이제 투표일을 앞두고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차분하게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주민들과 소통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그걸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천력을 지닌 후보자이면 좋을 것이다. 정치인은 단순히 선의가 아닌 실행가능한 리더십과 게임플랜, 비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정보화시대에 성공하는 정치인은 경청과 소통, 공감과 신뢰의 길을 걷는 정치인이다. 아울러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을 지닌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에 활동한 독일의 저명한 사상가인 막스 베버는 그의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을 2가지로 분류했다. 하나는 정치를 위해서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에 의존하며 사는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의존해서 사는 사람은 정치를 지속적 경제적 소득원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인 데 반해, 정치를 위해서 사는 사람은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인으로 분류했다. 전자는 politician이고 후자는 statesman이다.
그는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가는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버는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하게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사람, 그리고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말할 능력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버의 얘기를 풀이해보면 정치에 대한 소명의식을 지닌 사람은 돈과 권력, 명성을 크게 주지 않을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하며 유권자의 충직한 대리인으로 공동체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다.

seokjang@f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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