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현장클릭] 투자대회만 ‘핫’한 까닭

김기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09 17:12

수정 2014.06.09 17:12

[현장클릭] 투자대회만 ‘핫’한 까닭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최근 가장 재미없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주식시장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잇따른 상장 추진 발표에 반짝이기는 했지만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 후 '하락-1900선 하락 후 상승'이라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1000원선 붕괴가 임박한 달러·원 환율, 중국의 저성장, 일본 아베노믹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 녹록지 못한 대내외 여건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게 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핫'한 곳이 있다. 바로 증권사들이 상금을 내걸고 주최하는 실전투자대회다.


총 상금 10억원을 내건 대신증권의 '크리에이티브 트레이더 2014', 총 상금 1억8000만원의 삼성증권 '2014 실전투자대회', 신한금융투자 '파생상품 실전투자대회' 등 그간 종적을 감췄던 투자대회들이 올 들어 잇따라 개최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하더라도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자금이 필요없는) 모의투자대회가 개최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더욱이 최근 증시 침체 상황 속에 직접 자금을 투자, 원금손실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이 같은 대회에 개인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몰리고 있다. 한 실전투자대회에서는 40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몰렸다고 한다.

왜 일까. 지푸라기를 잡고 싶은 개인투자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최되는 실전투자대회는 각 증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참가자들의 투자수익률을 확인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카카오톡 연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을 활용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참가자들의 매매 내역, 수익률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 즉 주식 고수들이 한판승부를 벌이는 대회에 참여해 그들의 매매를 체크하고 싶은 심리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전투자대회를 진행하는 증권사 관계자는 "실질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위험도 크지만 보상도 큰 대회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상금이 대회 참여 유인책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의 투자실력을 체크하고 남과 비교해보고자 하는 심리가 참가자들이 대거 몰리게 된 까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한 실전투자대회에 참여해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투자자는 약 2주 만에 7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한다. 최근 증시상황을 보면 놀랄 만한 수치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만의 이야기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말없이 이를 지켜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을 뿐이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주식시장에서 실전투자대회 호황이 조금은 슬프게 들리는 이유다.

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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