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로또’로 전락한 교육감직선제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1 17:03

수정 2014.06.11 17:03

[데스크칼럼] ‘로또’로 전락한 교육감직선제

6·4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앞으로 4년간 지방의 자치교육을 이끌어갈 수장을 뽑는 일도 마무리됐다.

그런데 선거의 후유증은 사그라들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직선제가 부른 폐해다. 교육감 직선제는 '정치로부터의 중립'과 '자율성 제고'를 취지로 도입됐다. 그런데 도입 취지와는 달리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로 전개되면서 정치권보다 더 정치적으로 돌변했다. 그러면서도 정당공천 과정이 이뤄지지 않아 후보가 난립하고 이 때문에 선거전은 네거티브·흑색선전이 난무하는 난장판이 됐다.


자녀들의 장래를 맡겨야 할 유권자들도 난립한 후보에다 정책선거가 실종된 탓에 정확한 자격검증이 어려워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교육감선거가 '로또'에 비견되고 있다.

더구나 후보 1인당 평균 12억원(서울 39억원,경기 41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된 교육감 선거비용은'돈놓고 돈먹기'의 막장으로 흐르게 하고 있다. 개인비용으로 선거를 치른 뒤 일정 지지율을 얻은 후보에게만 비용을 산정해 주다보니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커녕 제대로된 식견과 함량을 갖춘 순수한 교육행정 전문가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각종 비리에 연루되거나 교원단체별 성향에 따른 교사 선거 개입, 금품 수수,단일화를 위한 뒷거래,선거 후 보은 인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감 직선제가 당초의 취지는 모두 사라지고 '고비용 저효율 선거'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난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도입돼 올해로 시행 3번째고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것은 두번째다.

직선제 교육감시대가 열리면서 교육감은 가히 '교육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해졌다. 지방 교육청 공무원과 일선 학교 교원들의 인사권은 물론 예산집행권, 더 나아가 독자사업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다. 경기도 교육감의 경우 관리대상인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생이 184만명으로 전국 학생수의 4분의 1에 달하고 교원 수도 11만4000여명이다. 연간 예산은 11조2785억원으로 서울시 연간예산(올해 기준 21조5498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그래서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일선 학교 교육의 방향이 쉽게 뒤집히고 일관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부담은 모두 학생과 학부모 몫으로 돌아온다. 보수와 진보 간 대결로 대별되는 자사고와 혁신학교 정책이 대표적이다. 혁신학교는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핵심 공약이다. 서울시의 경우 곽노현 전 교육감이 도입했다가 그가 비리로 퇴진한 후 보수성향 문용린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사실상 폐기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진보 측 조희연 후보가 당선되면서 기사회생하게 됐다. 대신 자사고는 대대적인 수술과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를 맞게 됐다.


교육감이 진보성향이냐 보수성향이냐에 따라 중앙정부와의 불협화음과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이로인한 소모적인 갈등과 충돌이 언제든지 빚어질 수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도입의 목적과 취지가 바래고 부작용만 키우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예전의 간선제나 지방자치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 등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사회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