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전시 이우환 “공간이 이야기하게 하고 싶었다”





베르사유 전시 이우환 “공간이 이야기하게 하고 싶었다”

올해 베르사유 현대미술 작가로 뽑혀…‘관계항’ 작품 10점 베르사유궁 정원에 전시

(베르사유<프랑스>=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어떤 오브젝트(객체)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공간을 여는 작업, 자신과 소재를 줄이고 공간이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주제입니다.”

현존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78)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에서 열리는 개인전의 주제를 이같이 설명했다.

베르사유궁에서는 오는 17일부터 11월2일까지 ‘이우환 베르사유’라는 제목의 이우환 개인전이 열린다.

전시회 개막에 앞서 이날 베르사유궁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이우환은 비움을 역설했다.

“바쁘고 속도가 빠르고 살벌한 시대에 미술에서 많은 문제제기가 가능합니다. 그중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덜 만들어 주변 공간을 열어 보임으로써 사람들이 잠깐 멈춰 생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번 조각전에 전시된 작품은 돌과 철판을 소재로 한 ‘관계항’(Relatum) 연작 총 10점이다.

이우환은 돌과 철판이 자연과 산업사회의 대표적인 소재로 보고 이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은 자연을, 철판은 산업 사회를 대표하기 때문에 이 둘로 문명을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우환은 작품에 쓸 돌을 고르면서 겪은 어려움도 들려줬다.

“작품 규모가 크다 보니 큰 돌을 구해야 했다”면서 “그래서 이탈리아 알프스 쪽에서 10여 개를 고르고 또 독일에 가서 스칸디나비아산 돌을 구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무 데서나 있는 돌을 구해야 하는데 그런 게 흔하지 않았다”면서 웃어 보였다.

그의 조각품들은 베르사유궁 건물 안에도 일부 전시되지만, 대부분은 궁전 앞 정원과 운하 주변 등 야외에 설치돼 있다.

이에 대해 이우환은 “이번 전시는 기본적으로 야외에서 하는 프로젝트”라면서 “이 때문에 나의 조각을 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 이후 처음으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 이우환이지만 베르사유 전시회의 의미는 특별한 듯했다.

“이런 규모로 작품을 하는 기회는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이게 (프랑스의) 국가적 프로젝트라 가능하지 개인적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베르사유궁은 2008년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미국 미술가 제프 쿤스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매년 현대미술 전시를 열고 있다.

이우환은 아시아 작가로는 일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카트린 페가르 베르사유궁 박물관장은 “이우환의 작품은 우리를 조용하고 매혹적인 그의 시 속으로 이끈다”고 높이 평가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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