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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인력 부족에 직면한 일본 기업들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3 18:21

수정 2014.06.13 18:21

[월드리포트] 인력 부족에 직면한 일본 기업들

일본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인 규동은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간편함 때문에 인기가 많다.

일본 전국에 있는 대표적인 규동 체인으로 '요시노야'와 '스키야'가 있다. 요시노야는 일본에 1200개 점포, 스키야는 190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업체 간 할인 경쟁은 치열하다.

싼 가격의 비결은 정사원을 고용하지 않고 요리에서 회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는 데 있다.

메뉴가 상대적으로 더 다양한 스키야는 많은 점포가 24시간 영업을 하지만 종업원은 1명만 두고 있다. 대신 1인당 급여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그만큼 아르바이트생들의 부담도 커졌다. 더욱이 야간에는 아르바이트생이 1명뿐이기 때문에 강도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이 한 달에 25일, 300시간을 넘는 경우까지 생기면서 과로로 병원에 입원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지만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없어 계속해서 근무시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르바이트생에게 가게를 맡기면 인건비가 저렴해져 규동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일본은 과거 10년간 경기 침체를 겪었다. 그후 규동과 같은 저렴한 상품의 인기가 커졌다.

그런데 최근 경기 회복으로 규동 체인점에서 일하는 젊은층들이 감소하고 있다. 다른 기업에서 높은 급여를 주면서 청년층을 고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키야는 올해 3월부터 전국 각지의 점포에서 아르바이트생 부족으로 폐업 위기에 몰린 점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르바이트생 점원이 각지에서 파업을 일으켜 가게를 열 수 없다는 소문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기도 했다.

스키야를 경영하는 모회사인 젠쇼는 "파업은 한 곳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소문을 부인했지만 앞으로 아르바이트생이 부족한 가게는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외식산업 중에서 지금까지 아르바이트생에게 의존한 경영에서 탈피해 정사원을 늘리는 회사도 나오고 있다.

음식 체인점 와타미는 아르바이트생 부족으로 국내 약 640개 점포 중에서 60개를 올해 폐쇄했다. 이것을 기회로 지금까지 점포당 1.7명이었던 정사원 비율을 2명 이상으로 늘리고 영업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 아르바이트생에서 정사원으로 고용하는 수도 연간 40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와타미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과중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돼 고객이 줄어들어 매출이 대폭 감소된 쓰라린 경험을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과감히 경영개혁에 나섰다.

대형 의류업체 유니클로도 아르바이트생을 정사원으로 대거 고용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에서는 앞으로 저출산, 소자녀화가 진전돼 청년층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무성의 예측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작년 10월, 33년 만에 80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이 숫자는 추후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여 일손 부족 현상은 한층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대책에 나섰다. 종업원의 고용과 해고에 관한 새로운 규칙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르바이트생이라도 같은 직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하면 자동적으로 정식 고용계약을 맺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


또한 인력업체를 통해 파견된 사원도 같은 회사에서 3년을 계속 근무한 경우 직접 고용하는 새로운 법률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정사원으로 채용하는 것만으로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일본 기업들이 고용 형태 전반을 개선해 근로자가 기술을 익히거나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gomi42 fnnews.com 고미 요지 도쿄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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