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전성시대, 인문계는 서럽다


재계에서 '이공계 홀대'는 이제 옛말이 돼가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이공계 채용 비중이 최대 90%에 육박하는 등 엔지니어 꿈나무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어서다. 글로벌 경쟁기업들의 특허공세가 심화되고, 연구개발(R&D) 등을 통한 기술혁신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면서 재계의 이공계 우대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기업,'이공계 우대' 뚜렷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LG,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이 실시한 올 상반기 신입공채에서 이공계 출신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이 지난달 선발한 신입사원 중 이공계 비중은 80%에 달했다. 특히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뽑은 대졸 신입사원 중 이공계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80%를 넘어섰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 3사의 신입공채 이공계 비중은 2011∼2012년 2년간은 70%대에 머물렀다. LG그룹 관계자는 "올해 채용 예정 인원의 절반 수준인 5500여명을 상반기에 선발할 예정"이라며 "이 중 1500∼2000명은 대졸 신입으로 이공계 비중은 지난해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공계 출신 선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계열사별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이공계 비중은 삼성전자가 85%를 웃돌고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SDS 등은 80∼9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문계 우대'가 확연했던 삼성물산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상반기 신입사원 중 이공계 전공자는 80∼90%, 상사부문도 이공계 비율이 30∼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신입공채 중 이공계가 70%를 넘고 올해도 이공계, 인문계 각각 7대 3의 비율을 예상하고 있다.

이공계 출신 CEO들이 강세다. 삼성그룹 사장급 임원 중 이공계 출신은 46%, LG그룹은 57%, 현대자동차도 사장임원 가운데 48%가 이공계를 전공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수년 전만 해도 상경대 출신 CEO 비중이 높았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인문계는 상대적으로 취업과 진급 등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공계 훈풍은 재계뿐 아니라 교육계에도 불고 있다. 그동안 인문계 출신 교수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대학 총장 자리도 이공계 출신들이 꿰차고 있다. 지난 2년 사이에 서강대, 숭실대, 홍익대, 인하대, 동국대(경주캠퍼스) 등에서 이공계 출신 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됐다.

■대학가, '이공계 프리미엄' 확연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몸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수도권 대학의 전자.화학.기계공학과를 비롯한 공대 취업률은 지난해 90%를 넘어선 것으로 대학가는 추정한다. 이 같은 높은 취업률은 기업들이 대학 재학시절부터 장학금, 인턴십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4개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삼성 탤런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LG화학은 'R&D 석.박사 산학 장학생'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과장급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공계 '프리미엄'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이 지난 3월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도 전국 4년제 대학 이공계 취업률은 인문계열에 비해 23.6%포인트나 높았다. 문과계열에 해당하는 인문계열(47.8%), 사회계열(53.7%), 교육계열(47.5%)의 취업률은 이공계인 공학계열(67.4%), 자연계열(52.5%), 의약계열(71.1%)과 큰 차이를 보였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조윤주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