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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갈팡질팡하는 미국 연준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20 17:30

수정 2014.06.20 17:30

[월드리포트] 갈팡질팡하는 미국 연준

벤 버냉키의 후임으로 지난 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취임한 재닛 옐런은 취임 후 한 달 만에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옐런 의장은 지난 3월 FRB 의장으로 처음 주재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시기가 양적완화 종료 6개월 뒤인 내년 4월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전문가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시기를 일러야 내년 하반기 정도로 예상했었다.

따라서 옐런 의장의 발언은 주식시장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옐런 의장의 발언을 '신참의 실수'라고 평가했으며 경제 전문가들은 "모호함이 필요한 상황에서 옐런 의장이 너무 구체적인 답변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현재 옐런 의장은 자신의 당시 실수를 감안한 듯 비슷한 상황에서 지극히 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18일 FOMC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옐런 의장은 "연준은 필요할 때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따로 정해진 인상 공식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지표들이 개선을 지속한다면 금리를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옐런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능숙하게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는 발언들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다.

옐런 의장은 또한 "현재 주식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가 수준은 역사적인 기준을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77%(14.99포인트) 올라 1956.98에 마감하며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NN머니는 "시장이 옐런 의장에게 '생큐'를 외쳤다"며 그가 지난 3월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준 내에서도 금리인상에 대한 간부들의 시선은 각자 다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만약 미국 경제가 현재 추세대로 계속 회복된다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시행할 수 있다"고 말한 반면,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준 총재는 "연준이 오는 2016년까지도 현재의 경기부양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에릭 로젠버그 보스턴 연준 총재는 "경제 지표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연준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옐런 의장과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연준 내에서도 금리인상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겉치레 전쟁(phony war)'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경제가 나아지면 금리는 상승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시장은 금리인상에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가의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옐런 의장의 모호한 발언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대변인을 지낸 바 있는 크리시나 구하 ISI 그룹 부회장은 "투자자들이 옐런 의장이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한 것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며 "옐런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금리가 상승할 위험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시장 참가자들은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갈팡질팡…. 금리인상 문제를 놓고 미국의 연준과 시장, 경제 전문가, 그리고 언론에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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