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드리포트] ‘중궈멍’과 ‘한궈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04 17:57

수정 2014.07.04 17:57

[월드리포트] ‘중궈멍’과 ‘한궈멍’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이 파격적인 환대를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에 대한 중국 현지 언론들의 반응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CCTV는 시 주석 방문 하루 전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담 프로그램을 내보낸 데 이어 시 주석의 한국 방문 소식을 메인 뉴스로 보도하면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중궈멍(中國夢.중국의 꿈)과 한궈멍(韓國夢.한국의 꿈)이 손을 잡고 나아간다'는 글에서 '오늘날 중·한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와 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 대통령의 지난해 6월 중국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지만 현재의 한반도 정세에 던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


정치적으로는 그동안 중국 지도자들의 한국 방문이 먼저 북한을 방문한 뒤 이뤄진 관행을 처음으로 깼다는 것이다. 또한 시 주석은 한국을 단독으로 방문했는데 그동안 여섯차례 해외순방에 나섰지만 한 나라만 단독 방문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시 주석의 행보에 대해 그동안 혈맹관계를 유지해 오던 북·중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질적인 한·중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연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명문화하고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에 합의하는 등 한·중 공동성명과 12개 문건에 서명하면서 상호 경제이익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가장 큰 성과물로 꼽는 한·중 FTA의 경우 공동성명에 "높은 수준의 포괄적 한·중 FTA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의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고 명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선물 보따리' 속에 감춰진 리스크와 중국의 의도도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한·중 FTA의 경우 기본적으로 한국의 농축수산물을 희생해 제조업 부문의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한국 정부는 한.중 FTA 협상 과정에서 전체 품목 1만2232개 중 10%에 해당하는 초민감품목군에 농산물(1612개)과 수산물(629개)을 최대한 반영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이지만 벌써부터 값싼 중국산 농수산물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한·중 FTA가 연내 타결되더라도 국회 통과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위안화 직거래에 대해서도 한·중 양국에 '윈윈'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섣부른 '장밋빛 환상'은 곤란하다. 우리는 과거에 원·엔화 직거래시장을 개설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대 경제학원 차오허핑 발전경제학 교수는 중국의 유력 경제전문 사이트인 재경망에 "1997년 한국은 일본의 엔화 직거래시장을 설립했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4개월 만에 중단한 경험이 있어 위안화 직거래시장의 미래도 아직까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자본금 1000억달러(약 102조원)가 들어가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과 관련, "중국은 한국이 AIIB를 기획.건립하고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건립하는 등의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해 사실상 참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이 참여 시 출자가 불가피한 만큼 손익계산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북 핵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은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이 바뀐 것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대 관심사항이던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뚜렷한 전략적 변화가 없는 데다 북핵 해법을 놓고서도 양국의 근본적인 견해차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됐다. 시 주석은 이번 방한에서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며 한·중 간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진정한 이웃으로서 새로운 한·중 관계를 기대해 본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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