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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위기? 너나 잘 하세요”

"너나 잘하세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나와 유명세를 떨쳤던 대사다. 요즘 '삼성맨'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언론을 연일 달구고 있는 '삼성 위기론'에 대한 삼성맨들의 다소 짜증(?) 섞인 반응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겠다.

삼성 위기론의 근원지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망에 대한 우려와 신사업의 더딘 성장세에서 비롯됐다. 특히 지난 8일 발표된 올 2.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이 같은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주력인 스마트폰 판매 감소 등으로 7분기 만에 8조원대 밑으로 주저앉았다. 중장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이러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들의 공세를 못 버티고 왕좌 자리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 대응에 실패해 문을 닫은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외신들도 호들갑을 떨고 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삼성전자가 올해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시넷 역시 삼성 위기론을 집중 조명했다.

그러나 정작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잘해야 한다"며 2.4분기 실적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의 말에선 불안감이나 걱정을 느낄 수 없었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눈치다. 전문가들은 "수직 계열화를 통한 강력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소니와 노키아와는 전혀 다르다"라고 평가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피처폰→스마트폰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초기 스마트폰시장 주도권을 애플에 내줬지만, 반도체 등에서 쌓아온 부품 경쟁력을 앞세워 발 빠르게 대응해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삼성SDI(소재)→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부품)→삼성전자(제품)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부품 수직계열화 비중은 76%에 달한다. 이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개발기간 최소화로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도 삼성전자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헬스케어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홈 등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책임질 강력한 후보 선수들이 즐비하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힘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책임자인 데이비드 은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거대한 배급 플랫폼을 위해 기반을 닦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앞에는 불안 요소와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한 분기 실적을 놓고 '삼성전자의 미래'를 평가하기는 성급하다는 것.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의 좌절은 곧 한국 경제에 커다란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은 섣부른 충고와 설익은 우려보다는 묵묵한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