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군대

영하 20도의 추위에 야간보초를 서면 얼마나 추울까? 춥지 않다. 몸이 아파서 추위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젊은 시절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 병사로 군복무를 했다. 가장 괴로운 것이 야간보초였다. 물론 병사의 괴로움은 보초뿐만이 아니다. 주말에도 편히 쉴 수가 없다. 편히 쉬면 잡념이 생긴다고 온갖 종류의 사역을 다 시킨다. 이 모든 광경이 40년 전의 이야기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임 병장 총기난동 사건을 보니 40년 전 나의 군대 생활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철조망을 따라 초병으로 방어벽을 세우는 방식이 병사들을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방어력의 한계를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군대의 총기 탈취사건은 종종 있었지만 아직도 우리의 기억이 생생한 사건은 2002년도 수도방위사령부 초소의 총기 탈취사건이다. 2명의 초병을 제압하고 K2 소총 2정을 탈취해 간 사건이었다. 범인은 23세의 대학 복학생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카드빚에 쫓겨 은행 강도를 하려고 저지른 범행이었다. 당시 수방사 초병이 총기를 탈취 당한 사건은 국민을 경악시켰다. 국민의 충격이 컸던 것은 수도 서울을 지키는 최정예 부대라고 알려진 수도방위사령부의 경계가 너무 허술했다는 점이었다. 군대 근무를 해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전방에서도 철책선 근무가 아니면 근무 중 실탄을 지급하지 않는다. 안전사고를 우려해서다. 하도 충격적인 사건이라 당시 많은 사람이 "이제는 군대가 바뀌겠구나" 하고 재발방지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임 병장 총기난동 사건 유족들은 지난달 "이번 사고로 나라에 아들딸을 맡긴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군은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면서 희생장병 5명에 대한 장례절차를 마쳤다. 언론에 재발방지책으로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니 ①방탄조끼 지급 ②내년부터 휴전선에 감시카메라 설치 등이 있었다. 방탄조끼는 어떤 상황을 상정해 지급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감시카메라 정도는 개인 집 수준의 방어수단이다. 1996년도 강원도 강릉의 무장간첩 사건도 아군 간의 오인 사격으로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때도 우리 군은 이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재발방지책'이라는 용어는 레거시(Legacy·유산)가 됐다.

근본적인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토머스 프리드먼이 말하는 '초연결(hyperconnected)' 사회로 들어와버렸다. 그런데 군대는 여전히 농업이나 산업국가 시절의 군대인 것 같다. 이제는 전 세계의 최우수 첨단장비를 설치·감시하고 문제가 있으면 숙련된 중무장 기동타격대가 출동해야 한다. 우리의 경제·재정 능력은 북한을 압도한다.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우리의 30분의 1도 안 된다. 우리나라 GDP 1.5%가량만 국방비에 투입해도 북한 전체 GDP의 50%에 해당하는 셈이다. 우리는 기술집약적 군대가 돼야 한다. 북한의 노동집약적 군대에 발맞춰 주면 안 된다. 사태가 생겼을 때 첨단 정예·기술 군대로 상대를 일거에 궤멸해야 한다. 특히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시간을 끌면 안 된다. 진정한 현대전은 상대가 얼마나 죽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우리 쪽이 한 명이라도 안 죽어야 한다.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어간 젊은이들의 목숨이 가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근본 처방에 대한 논의라도 있어야 한다. 국가정책 수립의 최고책임자 중 한 명으로 있었던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좋은 직장 개념의 군대를 만들기 위한 모병제를 내부 검토만 해놓고 정치상황, 언론상황을 핑계로 사회적 토론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비겁함이 부끄럽다.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