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유병언 검거 서둘러야 하는 이유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6 16:59

수정 2014.10.25 03:38

[데스크칼럼] 유병언 검거 서둘러야 하는 이유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핵심인물로 지목된 세월호 선사 실질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대해 수사당국이 검거에 나선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추적의 실마리였던 유 전 회장에 대한 행적마저 끊겨 검거는 더욱 미궁으로 빠져든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듯 유병언 전 회장 검거가 장기화되면서 수사당국의 무능을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최근 약 두 달 동안에 걸쳐 검찰과 경찰력 등 연인원 130만명을 투입하고도 검거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는 거다. 더 큰 문제는 유 전 회장 검거가 장기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각종 루머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사회 혼란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사고 보도를 담당하는 사회부 데스크라는 점 때문에 필자도 '유병언'얘기로 곤혹스러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사회부 데스크라는 명함을 내밀면 곧장 돌아오는 말이 정해진 각본처럼 한결같다. '유병언 어떻게 되나요', '어디에 있나요', '검찰은 국내에 있다고 얘기하는데 맞습니까', '이미 해외로 밀항한 것 아닌가요'에 이어 '안 잡나요, 아니면 진짜 못 잡는 겁니까'로 마무리된다.친구모임이나 직장 내에서도 같은 내용의 질문 공세를 수시로 받는다. 이쯤 되면 필자는 '날고 기는' 수사당국에서도 모르는 일인데 필자가 뭐 알 수가 있겠냐'라는 농반 진반의 반문으로 받아치는 상황이다. 실제로도 그렇지만…. 뭐라고 속시원히 해 줄 말이 없다.

검찰이 '국내 도피 중'이라는 것을 거듭해 강조하고 있는데도 항간에서는 밀항을 통한 '해외도피'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이다. 심지어는 '수사당국에서 일부러 유병언을 잡지 않고 있다'는 황당한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그가 잡히면 사회지도층 및 정치권과의 비리연루 이른바 '유병언 게이트'로 정치적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이유가 달려 있다.

검·경의 갈등도 그 원인 중 하나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수사권 갈등을 놓고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는 검찰과 경찰 간의 갈등이 유 전 회장 검거를 둘러싸고 '제2라운드'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한때 일각에선 검찰이 수사정보 유출을 의심하며 경찰에게 의도적으로 유 전 회장의 행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 인력이 전국적으로 14만명에 달하고 가장 잘 정비된 조직을 갖고 있는데도 제대로 추적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모두 사실이 아니겠지만 이것이 실제라면 세월호를 두번 침몰시키는 격이 된다.

유 전 회장 검거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력이 유 전 회장 검거에 집중되다보니 민생치안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인천지검 등 세월호 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지방검찰청의 민생과 직결된 일반형사사건 중 제때 해결되지 않은 미제사건 비율이 그 이전보다 최대 2배가량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는 사이에 여론은 이미 수사 당국자들에 대한 문책론도 확산되고 있다.


저마다의 사정은 있겠지만 검찰이든, 경찰이든, 검·경의 합동으로든 국가적 부담과 사회적 혼란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검거해야 한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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