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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담뱃세 인상론’

김성원 정치경제부 기자
담뱃세(율) 인상을 두고 '서민 애연가들' 사이에 말들이 많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핑계로 비겁한 '인상론 보급'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청문회에서 "국민건강 차원에서 담뱃세 인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는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는 단초가 됐다.

17일 관련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부터 석연치 않다. 국민소득이 5만달러가 넘는 아일랜드의 담뱃값은 1만3000원으로, 국민소득 1만300달러 수준인 헝가리의 3200원에 비해 4배이지만 흡연율은 31.9%로 비슷하다는게 업계의 항변이다. 가격을 올려서 수요를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건강 명분론'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6월 말 "담뱃세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담뱃값을 올리면 부유층보다 서민층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세간의 상식이 잘못된 것이라며 담뱃세 인상론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담배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소득역진성'을 가진 대표적인 상품이라며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한 것과 상반된 내용을, 그것도 민감한 시기에 발표한 국책연구기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담뱃값과 소비량의 상관관계가 명확지 않다(정확히 반비례 관계가 아님)는 점, 흡연율은 가격탄력성 외에도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다는 점 등을 들어 서민들은 "담뱃세 인상이 저소득층의 금연으로 이어진다"는 이 연구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건강 증진'이라는 딱히 근거도 없어 보이는 명분론을 들고 나와서 담배 세수를 늘려보겠다는 '꼼수'로 밖에 읽혀지지 않는다는 여론만 남았을 뿐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까지 3년연속 세수부족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견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10조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담뱃세 인상'을 설득하려면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솔직한 배경 설명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즉 담뱃세는 지난 10년 동안 동결된 상태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 실효세율이 인하된 효과를 누려왔다.

지난 2004년부터 약 30%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단순 계산만 해봐도 갑당 약 465원(갑당 총 제세기금 1550원×10년간 누적 물가상승률 30%)의 인상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박근혜정부의 '모토'대로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인상이 불가피하며, 그 결과로 세수 증대와 부수적인 효과도 소폭이나마 흡연율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정도에서 자신감을 갖고 발표하는 것이 정당한 자세다.

win5858@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