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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연봉 9만달러 근로자의 파업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18 17:36

수정 2014.10.25 01:47

[월드리포트] 연봉 9만달러 근로자의 파업

뉴욕시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인 롱아일랜드열차(LIRR) 노조가 파업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뉴욕시가 지난 한 달간 공포에 떨었다.

매일 30만명의 통근자들이 이용하는 LIRR 노조는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20일(현지시간)부터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다행히 LIRR를 운영하는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MTA)와 노조 측이 막판에 극적인 합의를 이루면서 파업은 시행되지 않을 전망이지만 이번 파업 위협은 많은 뉴요커들에게 씁쓸함을 안겨줬다.

롱아일랜드는 중산층과 부유층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서쪽은 뉴욕 맨해튼에 접하며 그 동쪽으로 좁고 길게 뻗어 있어 롱(Long)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부 롱아일랜드 지역은 뉴욕시의 중심지인 맨해튼에서 약 30㎞ 떨어져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LIRR는 하루에 무려 30만여명에 달하는 통근자들이 사용하는 대형 대중교통 수단이다.

만약 파업이 단행됐다면 롱아일랜드 곳곳 기차역 인근 상점들도 매출에 엄청난 타격을 받고 교통대란으로 인해 모든 통근자들과 배송 시스템이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


뉴욕주 감사국에 따르면 LIRR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하루 경제적 손실은 무려 5000만달러(약 51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열차 운영 측은 MTA가 5000명이 넘는 LIRR 직원들의 급여를 향후 7년간 총 17% 인상해 주는 대신 직원들이 건강보험료 일부를 지급할 것을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6년간 총 17%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직원들이 건강보험료 일부를 결코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노조 측은 MTA 흑자 발생으로 요금 인상 없이도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MTA 측은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적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노조 측의 양보 없이는 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도대체 이들 직원의 연봉이 얼마나 낮기에 노조가 이렇게 주장을 굽히지 않는지 궁금했다. 8만7182달러. 한화로 치면 거의 9000만원이다. LIRR 직원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았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겠지만 미국에서도 연봉 9만달러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미국 공화당의 '우상'으로 꼽히는 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1981년 항공관제사 파업이라는 암초에 직면한다.

미 항공관제사 노조는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레이건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었다.

레이건은 그러나 관제사들이 자신을 지지한 세력이라는 데 구애받지 않고 "48시간 안에 직장에 복귀하지 않는 관제사들은 해고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냈다.

당시 대부분의 관제사들은 레이건의 말을 믿지 않았다. 48시간이 지난 뒤 레이건은 1만1300여명의 관제사들을 해고시키고 이 자리에 퇴직 및 군 소속 관제사들을 배치했다.

전반적으로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공화당 지지자들과 보수파 사람들에게 레이건의 행동은 너무나 통쾌한 '한 방'이었다.

뉴욕뿐만 아니라 유럽도 공공교통 노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런던과 파리, 로마 등 유럽 주요 도시들에서 최근 택시 시위와 철도 파업 등이 겹치면서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프랑스에서는 개혁에 반대하는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열차의 약 60%가 운행을 중단했다.

또한 택시 기사들이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인 '우버(Uber)'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곳곳에서 파업을 단행하고 시위를 벌였다.


물론 연봉이 공공교통 종사자들보다 몇십배나 더 많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도 파업에 돌입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요즘 노조들의 파업 중 대부분이 합리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억지투성이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건 왜일까?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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