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초이노믹스’에서 야권이 배워야 할 점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0 16:45

수정 2014.10.24 15:02

[데스크칼럼] ‘초이노믹스’에서 야권이 배워야 할 점

복지와 증세가 진보의 코드라면 성장과 감세는 보수의 키워드다.

보수진영에서는 기업이 수출을 늘리고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서민이나 중산층의 가계소득도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소위 낙수(trickle down )효과다.

낙수효과는 '말-참새이론'이라고 한다. 말에게 먹을 것을 많이 주면, 그중에 떨어뜨리거나 흘리는 것도 많아져서 결국 참새가 집어 먹을 것도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박정희에서 시작해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져온 성장전략은 기업의 이윤을 높이고 투자와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임금을 낮추어 경제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수출·대기업 성장론이었다.


이에 반해 진보 진영은 수출 대기업 성장론은 성장의 한계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소득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들고 나왔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생을 요구받아온 가계부문의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배에 중점이 찍힌 이론이다.

이 이론은 진보진영에서 신자유주의 성장전략의 대안으로서 논의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소득주도성장을 각국 정부에 권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수차례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정부의 제2기 경제팀인 최경환 부총리가 이 이론을 수용한 경제성장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의 놀라운 실용주의에 시장과 경제주체들이 반응을 보여주는 듯하다.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후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상 초유의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과대 확대라는 거시경제의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소득중심성장론을 설파했다. 최 부총리는 "기업의 성과가 일자리와 근로소득을 통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야 가계가 마음껏 소비를 할 수 있고, 기업도 새로운 투자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서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를 내놓았다.

그는 또 최근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필요성을 인정했다. 최저임금제의 인상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의 수요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수출타격이 예상되는 환율하락에 대해서도 내수진작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고환율정책이 수출을 하는 대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했으나 내수침체에 일조했다는 시각이다. 역대 보수진영의 맥락과는 분명 궤를 달리하는 관점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일찍이 보수진영과 영남이라는 '집토끼'를 잡은 뒤 재빠르게 진보·야권진영의 가치였던 경제민주화, 복지정책으로 좌클릭하면서 집권에 성공했다. 초이노믹스는 역시 중도진영이라는 '산토끼'를 잡기 위한 실용주의 정책이다. 보수진영의 놀라운 유연성을 보여준 사례들이다.

요즘 7·30 재·보선 패배 이후 중심을 잃어버린 진보진영과 야권의 길을 놓고 백화쟁명이 벌어지고 있다. 진보진영의 나아갈 길도 별다른 게 없어 보인다. 보수진영의 유연함을 배우면 된다.
흑묘백묘다.

그동안 한국에서 진보운동은 도덕적 과부하와 이념적 경직성, 거대담론의 영향이 컸다.
그 여파로 중산층과 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7·30 재·보선에서 여권이 서울 동작을에서 내세운 '강남4구' 같은 공약을 야권이라고 못 내란 법이 있나?

seokjang@fnnnews.com 조석장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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