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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빅맥의 위기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15 17:49

수정 2014.08.15 17:49

[월드리포트] 빅맥의 위기

패스트푸드 업계는 물론,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맥도날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940년 리처드와 모리스 맥도날드 형제가 캘리포니아주에 식당을 열면서 창업한 맥도날드는 오늘날 전 세계 3만5000개 매장에서 매일 6800만명의 손님이 찾는 세계 최고 식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맥도날드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오죽했으면 '빅맥 지수'라는 환율 평가법이 생겨났을까.

빅맥 지수는 각국 맥도날드 매장에서 파는 '빅맥(Big Mac)' 햄버거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미국 빅맥 가격과 비교한 지수를 뜻한다.

빅맥 지수는 낮을수록 달러화보다 해당 통화가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국의 빅맥지수는 세계 57개국 중 28번째를 기록하는 것으로 최근 나타난 바 있다.


'불경기를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맥도날드가 최근 고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지난 7월 글로벌 전체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감소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맥도날드 매장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에서의 매출이 3.2% 줄어들었다.

맥도날드의 미국 판매액은 9개월 연속 플러스 성장에 실패했다. 미국에서 이처럼 장기간 부진을 이어간 것은 2003년 이래 처음이다.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과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판매액 역시 7.3%나 줄어들었다.

물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비만에 대한 사회인식이 확대되면서 패스트푸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 같은 업계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 등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맥도날드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억울'(?)하게 타깃이 되고 있다.

러시아 소비자 보호 단체인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맥도날드의 일부 제품들이 러시아 보건 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로 모스크바 법원에 판매 금지 요청을 접수시켰다. 이 단체는 맥도날드 제품을 분석한 결과 샐러드를 비롯해 야채에서 대장균이 검출됐으며 치즈버거와 생선버거, 밀크셰이크 제품에서는 맥도날드에서 주장하는 열량이나 지방, 탄수화물 함유량이 모두 초과됐다고 주장했다. 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는 이번 판매금지 요청이 소비자 안전 규정 위반 때문이지 정치적 요소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관행을 볼 때 최근 미·러 관계 악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008년 조지아와의 분쟁 당시 조지아산 와인과 생수 수입을 중단했고 폴란드가 대러시아 제재 강화를 주장하자 폴란드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시킨 바 있다. 또한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페트로 포로셴코가 운영하는 업체의 초콜릿 수입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러시아가 맥도날드와 더불어 미국을 상징하는 또 다른 기업인 코카콜라를 대상으로 '제재 분풀이'를 단행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에서도 맥도날드를 겨냥한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맥도날드 등 대형 패스트푸드점에 육류를 공급해온 한 식품업체가 유통기한이 지난 닭고기와 쇠고기를 재포장해 납품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왜 하필이면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인 맥도날드와 관련된 파문이 미국의 가장 거센 경쟁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에서 나오고 있을까?

'세상에서 우연이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년 연속 새해 첫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했다.
앞으로 '빅맥'을 겨냥한 중국과 러시아의 합작 견제가 심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jjung72@fnnews.com 정지원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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