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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작은 기적

프란치스코 교황의 야외미사를 보기 위해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든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 카 퍼레이드를 한창 펼치던 교황의 차량이 느닷없이 멈춰섰다. 이날 교황의 퍼레이드 차량을 멈추게 한 것은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에 다니던 딸 김유민양을 잃은 아버지 김영오씨의 간절한 외침이었다. 한달이 넘게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천막 단식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씨는 이날 초췌한 얼굴로 교황 차량을 향해 "파파"라고 목이 터져라 여러 차례 외쳤다.

400명의 세월호 유족과 함께 교황의 카퍼레이드를 기다린 김씨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원하는 내용의 글을 적은 편지를 노란봉투에 담아서 직접 전달했다. 교황은 김씨의 두 손을 붙잡고 잠시 위로를 한 뒤 다시 카퍼레이드를 이어갔다.

또한 지난 17일 서울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사고로 아들 이승현군을 잃은 이호진씨는 교황으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단독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교황의 즉위명과 같은 '프란치스코'였다. 교황이 로마 교황청을 벗어나 해외에서 단독으로 한 사람만을 위해 세례를 베푸는 일도 거의 없는 일이다.

이씨는 세월호 사고 피해자 가족일행 등과 함께 십자가를 메고 800㎞ 도보 순례를 하면서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요구해왔다. 이씨는 마지막 보도순례 행선지인 교황의 행사가 있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지난 15일 찾아 순례 내내 메고 온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이씨의 십자가를 로마 교황청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또 이씨의 요청으로 단독 세례를 베풀었다.

300명 가까이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던 국가 개조의 굳은 결심은 최근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 세월호 유족들은 여름 땡볕 아래서 단식 또는 도보행진하면서 희망 없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들, 딸을 잃은 두 아버지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은 기적'을 선사하고 18일 한국을 떠났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세월호 유족들에게는 기적이나 다름 없었다. 교황의 예상치 못한 깜짝 행보는 국민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했다. 교황이 뿌린 기적의 씨앗이 세월호 정국의 해법이 되길 기원해본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