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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무력화하는 방통위장

요즘 방송·통신 분야의 가장 핫한 '뉴스 메이커'는 단연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다. 산업계가 궁금해하는 대형 정책에 대해 스스럼없이 정보를 제공한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추려보자.

최 위원장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국IT리더스포럼' 조찬 강연에서 "(불법 휴대폰 보조금 경쟁을 벌인 이동통신 3사에 대해) 수백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제재 내용을 공개했다.

당장 21일 아침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사항인데 위원장이 먼저 제재의 내용을 공개해버린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지상파방송들의 울트라고화질(UHD)TV 서비스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갖고 있는 기존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다"고 주파수 정책도 제시했다. 지난달 최 위원장은 "UHD TV를 위해 700㎒ 주파수 할당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봤으면 한다"고 주파수 정책 방향을 밝혔다. 불과 한 달새 엇갈린 말로 방송통신 산업계가 혼란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방통위원장이 이렇게 따끈한 정책을 공개할 수 있는 위치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5인의 상임위원이 공개된 전체회의에서 합의를 통해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합의제 기구다. 장관이 단독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독임제 부처와는 다른 정책결정 과정을 가진 기관이다. 전체회의장에서 의결권은 위원장이라 하더라도 나머지 4인의 위원과 마찬가지로 1표다.

방통위 회의는 일부 법으로 정한 사안 외에는 국민들에게 공개된다. 그래서 국민들은 방통위 회의장에서 위원들이 어떻게 정책을 결정하는지 눈과 귀를 기울이며 회의 결과뿐 아니라 토론 과정에도 주목한다.

그런데 최 위원장이 공개하는 대형 정책들은 하나같이 방통위 전체회의를 거쳐서 나오는 말이 아니다. 일부는 다른 방통위원들과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동통신 산업계와 주식시장,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제재 문제가 회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21일 아침에 열릴 방통위 전체회의는 사실상 결정된 사안을 놓고 방통위원들이 방청객과 국민 앞에서 쇼를 할 예정이란 말인가?

게다가 700㎒를 비롯한 주파수 정책은 방통위 단독의 정책도 아니다.

방통위 사무국의 법률적·기술적·현실적 검토를 통해 방통위원들의 협의를 거쳐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해 결정되는 정책이다.

합의제 기구의 수장이 합의를 거치지 않은 정책을 공개하는 것은 결국 국민과 산업계의 혼란을 부추기는 게 아닐까 싶다.

합의제 방통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따져볼 일이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