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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노사 대화하라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야 한다. 정치적 분열,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한국을 찾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이는 노사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기주장만 펼치는 경직된 문화는 사용자와 직원 간의 소통을 방해할 뿐이다.

한국 금융시장의 핫 이슈 중 하나인 하나금융의 조기통합 과정을 지켜보며 드는 생각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 19일 조기통합을 공식 선언하고 합병 절차를 밟기로 했다. 조기통합의 성공 여부는 빈사상태에 빠진 한국금융의 새로운 도전으로 평가된다. 어려워진 금융환경과 무너져가는 은행들의 이익 기반이 '통합'을 통해 대박신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문제가 볼썽사납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조가 조합원의 복지 향상 등을 위해 사측을 상대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는 있다. 거대한 자본력에 맞서 조합원이 투쟁 수단으로 태업이나 파업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집안일인 '통합' 문제에 노조가 정치인, 역대 외환은행노조위원장, 한국노총 및 일부 시민단체까지 끌어들여 해결하려 한다면 진흙탕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 조합원의 뜻을 모아 회사 측을 압박하는 차원이지만 대화 없는 투쟁 일변도의 모습은 여론의 지지도 받기 어렵다.

명분도 약해 보인다. 노조가 내세우는 근거라는 게 '2·17 합의서'다.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로 인수될 당시 5년 이후 합병 논의, 외환은행 명칭 유지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하나금융.외환은행.외환은행 노조 등이 2월 17일 서명한 문서다. 말 그대로 노사 양자 간의 합의였다. '5년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조항은 양자 간의 합의를 통해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는 사항이다.

하나은행과 와환은행의 통합이 경영자나 임원 누구 한 사람만의 이익 때문은 아닐 것이다. 바로 조합원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상자 속에서 희망을 향한 새로운 무엇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조 외환은행장 등 하나금융그룹 경영진은 "고용안정, 근로조건 유지,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약속은 꼭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2.17 합의서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직원 고용을 보장해주는 종신보험 계약서는 아니다. 노조도 이젠 독립경영 유지만 고집할 게 아니라 대화에 나서야 한다.
회사가 없으면 직원도 없다.

하나금융그룹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실적을 쌓아 국민에게 뿌듯한 자부심을 주는 대표적 기업이다. 합리적 대화로 노사가 협력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