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식품업계도 삼성전자가 나와야 하는 이유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7 18:08

수정 2014.10.23 17:46

[데스크칼럼] 식품업계도 삼성전자가 나와야 하는 이유

초일류기업인 삼성전자나 현대차도 한때 해외언론의 조롱을 받은 적이 있다. 돌아보면 오늘날 글로벌 톱플레이어 위상을 갖는 데 출발점이 된 역사적 첫걸음을 뗄 때 나왔다.

1983년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우리 민족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추진한다"고 천명했다. 당시 반도체 강국이던 일본의 기업 총수가 "미국, 일본의 세계적인 기업도 힘겨워하는 반도체를 한국은 3년도 못가 실패할 것"이라고 무시했다.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가 하늘을 날려고 한다"고 비아냥거렸다.

현대차는 1986년 '엑셀'을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 첫 수출했다.
현대차가 엑셀을 미국시장에 수출할 때 미국 언론은 "내려갈 줄만 아는 대형썰매" "우주비행사를 놀라게 하려면 계기판에 현대 로고를 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깔봤다. 지난 2004년 현대차가 영국시장에 진출했을 때 영국 BBC의 한 쇼 프로그램에서 현대차를 "싸구려 부품을 쓰는 차"라며 조롱했다.

지금 삼성전자는 애플 등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업과 1등을 다투고 있고, 현대차는 미국과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동차회사다.

최근 미국의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리나라 빵 체인인 '파리바게뜨'의 프랑스 파리 1호점 오픈 기사를 다뤘다. 미국 언론이 한국 빵 체인회사가 제3국인 프랑스에 빵가게를 낸 것을 놓고 기사를 썼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기사 내용은 그다지 곱지 않다. 정통 프랑스 바게뜨의 기치를 내걸고 '파리바게뜨'가 한국에서는 성공했지만 바게뜨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미국 언론이 왜 자국이 아닌 프랑스에 빵집을 낸 것을 놓고 기사를 썼는지 궁금했다. 기자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이 흥미로워 기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는 프랑스 1호점 샤틀레점에서 이원전략을 쓴다. 프랑스 제빵사가 직접 파리지앵을 겨냥한 빵을 만들어 파는 한편, 국내에서 인기 있는 샌드위치 조각케이크 등을 함께 판다. 주변에는 루브르박물관 노트르담성당 등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가 즐비하다.

즉 파리지앵과 외국인 관광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프랑스는 동네마다 전통 있는 빵집이 있어서 체인점이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프랑스 정부는 매년 동네빵집 가운데 최고의 바게뜨를 심사해 1등이 되면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 1년간 납품할 권리를 준다. 대기업 규제로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우리와 대비된다.

파리바게뜨는 최근 출점제한을 받으면서 국내시장에서 성장의 벽에 부딪혀 있다. 연평균 30%씩 고속성장을 하다가 영업규제 이후 1년반 동안 신규 출점이 10개도 되지 않는다. 역시 규제를 받는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나 대형마트 등도 같은 상황이다.

파리바게뜨는 성장을 멈출 수 없어 리스크를 감수하고 미국, 중국, 프랑스 등 해외로 나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제법 인기가 있자 중국인들이 프랑스빵인 줄 알고 사 먹기 때문이라는 비아냥도 듣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자의든 타의든 해외시장을 타깃시장으로 겨냥하고 있다.

해외 언론의 기사는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이다.
이제 식품업계에도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cha1046@fnnews.com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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