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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세계는 왜 잭슨홀에 주목했나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8.29 17:01

수정 2014.10.23 10:34

[월드리포트] 세계는 왜 잭슨홀에 주목했나

세계 금융시장은 8월 내내 '잭슨홀 미팅'에 주목했다.

그곳이 위치한 와이오밍주는 미국 중서부의 작은 주로, 인구도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작다. 농업이 주된 산업이니 그리 주목할 만한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왜 '잭슨홀 미팅'일까.

이 회의는 지난 1978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캔자스시 은행 주최로 시작된 연례행사다. 매해 주요 사안을 지정, 심포지엄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초기만 해도 큰 주목은 받지 못하다가 지난 1982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가 참석,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가 발생해 관심을 끌었다.
네트워크 효과란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다른 소비자들의 수요에 영향을 준다는 뜻의 경제현상으로, '네트워크 외부성'이라고도 한다. 특정인이 유행을 이끌어 구매를 유발시키거나 다수의 소비자가 제품 구매를 꺼리는 심리 등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후 잭슨홀 미팅은 세계 중앙은행관계자, 미 연준 12개 지역 은행 관계자, 경제장관과 경제학자들이 경제 관련 의견을 나누어왔다.

이 회의가 일반인의 관심을 얻은 것은 지난 2005년. 당시는 연준 최고 의장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이 참석하는 마지막 행사여서 그를 추앙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런데 무명의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현 인도 중앙은행 총재)이 "현재는 거품 경제 상태"라며 "비우량주택담보 대출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해 행사장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후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그동안 참석자 구성도 많이 변했다. 1982년 전체 참석자의 27%나 됐던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해 3%대로 떨어졌다. 반면 외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3%에서 31%로 늘었다.

자연스레 발생한 관례도 있다. 연준 관계자들끼리 비밀스럽게 만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다. 벤 버냉키, 그린스펀 등 전 연준 의장들은 각자의 정책변화를 알리는 기회로 삼았다.

특히 올해는 재닛 옐런이 의장 취임 후 첫 회의인 데다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 금리 인상 발표 여부로 뜨거웠다.

이미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지난달 발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을 인용,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관망했다.

또한 월가는 미국 실업률이 지난달 6.2%로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4.0%로 성장세란 점 등 각종 지표를 토대로 빠른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번 미팅 주제는 '노동시장 역동성의 재평가'다. 월가 전문가들은 자신들 대신 옐런의 동조세력을 초청해 발언권을 강화했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DPRM 그룹의 창업자 피파 맘그렌은 "월가 인사 배제는 연준 통화완화 조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일부 지역 연준 총재들과 옐런 의장의 불화를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옐런은 이 자리에서 △구직을 포기한 장기 실업자 수치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고 △정규직을 원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700만명이란 점 등을 들어 체감 실업률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연준 설립 목표에 합당하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다.


현재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 중반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옐런은 실물 경제가 빠르게 된다면,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뒷문을 열어 두었다.


미국 경제 정책은 주가나 환율 등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정확한 분석과 판단으로 대비해야 할 때다.

jhj@fnnews.com 진희정 로스앤젤레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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