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의 열쇠는?

지난 1298년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윌리엄 월레스는 잉글랜드와의 폴커크 전투에서 사로잡혀 사형당하기 직전 '프리덤(자유)'을 외치며 장렬히 전사했다. 이 죽음에 자극을 받은 스코틀랜드는 1314년 배넉번 전투에서 잉글랜드에 대승을 거두지만 결국 잉글랜드에 합병되고 만다. 그로부터 700년이 지난 올해 스코틀랜드는 독립을 위한 투표를 앞두고 있다.

과연 스코틀랜드는 월레스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700년 전에는 칼과 창을 들고 잉글랜드에 맞섰지만 이제는 주민투표가 스코틀랜드의 독립 여부를 결정 짓게 된다. 언뜻 보면 독립이 쉬워 보인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민투표(18일)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독립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독립 반대가 우세했다. 여론조사 결과 지난달 7일 독립 반대가 61%로 찬성(39%)을 크게 앞섰으나 같은 달 17일 찬성이 43%로 늘고 지난달 말에는 찬성이 47%로 상승했다. 급기야 주민투표를 약 2주일 남겨둔 지난 6일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독립 찬성이 51%로 반대(49%)를 앞지르자 그동안 손을 놓고 있던 영국 정부가 독립 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스코틀랜드가 영국을 저버리는 쪽을 택한다면 가슴이 찢어질 것"이라며 유권자들의 감정에 호소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최근까지만 해도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대해 방관해 왔다. 일부 스코틀랜드인들은 독립을 원하는 이유가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캐머런 총리는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을 비롯, 그의 정계 라이벌들은 "스코틀랜드를 잃는 것은 대영제국이 미국 식민지를 잃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이 1776년 독립을 선포한 뒤 1782년 대영제국 당시 수상 프레데릭 노스 경이 물러났다. 다급해진 캐머런 총리는 "보수당이 밉다고 이번 투표가 심판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의 100년을 생각해 신중하게 투표권을 행사해달라"고 호소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쉽지 않은 이유는 이 같은 영국 정부의 호소 때문이 아니라 경제문제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우선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파운드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독립해도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한다는 입장이지만 마크 카니 뱅크 오브 잉글랜드(BOE) 총재는 "영국에서 이탈하면 파운드화를 쓸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경우 어떤 화폐를 사용할 것인지 또한 독립 국가로 유럽연합(EU)에 재가입할 수 있는지 등 많은 불확실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11일(현지시간) 여론조사에서 독립을 반대하는 응답이 52%로 찬성(48%)을 다시 앞질렀다.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운동은 스페인 카탈루냐주 등 같은 처지에 있는 여러 지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카탈루냐주는 1714년 스페인과 프랑스 연합군에 항복해 바르셀로나를 내준 뒤 300년이 지난 올해 11월 9일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선 11일 주민들이 노란색, 빨간색이 섞인 카탈루냐기와 티셔츠를 입고 나와 '독립'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카탈루냐주는 스페인 전체 인구 4700만명 중 16%(750만명)가 거주하고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 스페인 정부는 헌법상 중앙정부만이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며 자체 투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에서 독립이 확정될 경우 현재 독립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카탈루냐주를 비롯, 이번 투표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캐나다 퀘벡주, 미국 텍사스주, 일본 오키나와현 등의 분리 독립 운동에도 불씨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독립 이후 정치, 경제 등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가 독립을 결정 짓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분리 독립운동은 총과 칼로 이뤄졌지만 현대는 경제문제가 독립을 결정 짓는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