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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거취 초읽기.. KB 초긴장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6 17:42

수정 2014.09.16 17:42

임영록 거취 초읽기.. KB 초긴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모든 연락 수단을 차단한 채 숙고 중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확정 받고 KB금융이사회가 해임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은행의 전산 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임 회장을 비롯한 측근들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영장을 발부 받고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임 회장의 자진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 회장이 사퇴를 하더라도 이번 KB사태의 여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신뢰를 땅바닥에 떨어뜨린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금융지주 체계'에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KB사태로 인해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체계에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 사퇴 17일 넘기지 않을 듯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을 통보받은 이후 칩거 중이다. 회사에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전화기까지 정지해 놓은 상태다. 자신에게 닿을 수 있는 공식적인 연락망을 모두 차단한 것이다. 전방위적으로 조여오는 조직 안팎의 퇴진 압력에 사실상 사퇴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임 회장의 한 측근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 회장이 17일 이사회가 끝나기까지 결정을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억울하기는 하겠지만 판세를 읽고 있는 만큼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KB금융이사회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날 임 회장에게 사실상 사퇴를 권유한 이사회는 임 회장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17일 이사회까지 임 회장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해임안을 상정할 가능성이 높다. 해임 투표 시 이사회 멤버 절반이 찬성하면 임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직을 내려놔야 한다.

이경재 KB금융이사회 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늘은 임 회장에게 추가적으로 전달한 내용이 없다"며 "해임안의 상정 여부는 내일이 돼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수장의 거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직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직원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장과 행장 간 내분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영업 일선에서 느끼는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임 회장과) 연락이 닿는 사람이 내부에는 거의 없다"며 "(임 회장이)무슨 결정을 내릴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답답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금융지주 체계 개선 불가피

KB사태가 불거진 배경에 '낙하산 인사' 관행과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지주의 사업구조가 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데 수장마저 외부에서 영입되면서 불협화음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KB와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 논란이 큰 우리금융도 회장·행장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과거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당시 금융권 실력자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측 인사로 분류됐고, 박병원 회장에게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금융권 4대 천왕'으로 꼽히던 이팔성 회장이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했으나 이종휘 행장과 이순우 행장이 대(代)를 이어 반발해 이를 끝내 무산시켰다.

윤병철 회장과 이덕훈 행장도 KB 사태와 마찬가지로 우리금융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전산 갈등 사태 이전부터 불화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것도 출신 배경과 무관치 않다. 임 회장은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낸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고 이 행장은 '연피아'(한국금융연구원 출신)로 불린다.

은행 비중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금융지주사 현실에서 낙하산 인사로 온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려 하고, 은행장은 이에 반발하는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KB 사태 원인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권한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주사는 그룹 전체의 장기적 발전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짜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역할분담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그룹의 불안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명무실해진 '내부승계 프로그램'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이 바람직한 지배구조와 후계구도에 대한 큰 틀의 규범이나 시스템을 제시하더라도 운영은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KB사태를 반면교사로 금융 지배구조를 민간에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금융회사의 임원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해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고, 현재의 회장.행장 선출 시스템도 한결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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