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2015 예산안]공격적 예산편성, 균형재정은 포기?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8 08:51

수정 2014.12.03 15:05

[2015 예산안]공격적 예산편성, 균형재정은 포기?

정부가 희미해져가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2015년 예산을 확장, 편성한 가운데 2017년까지 균형재정(세입≒세출) 달성은 어렵게 됐다. 2017년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해다.

당장 올해보다 20조원 많은 예산을 내년에 더 쏟아붓기로 하면서 정부의 순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올해 -1.7%에서 내년에는 -2.1%로 악화된다.

예산당국은 재정확대로 내년도에 33조6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도 25조5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현 박근혜 정부의 집권 3년차까지 내리 8년간 만성 재정적자가 불가피하고 이런 현상은 더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부족한 돈을 만회하기 위해 찍어댄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527조원 전망)한데 이어 내년엔 570조1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GDP 대비 35.7%(올해 35.1%) 수준이다.

당장 어렵더라도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 내수가 살고, 경제가 활력을 찾아 결과적으로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늘어나 걷히는 세금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포함해 복지, 교육 등 의무지출 예산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획기적인 세입기반을 만들지 않고선 나라살림이 자칫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균형재정 달성, 안하나, 못하나

18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2014~2018 5개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에 -33조6000억원으로 예상되는 관리재정수지는 이듬해인 2016년 -30조9000억원→-24조원(2017년)→-18조1000억원(2018년)등 매년 적자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확장재정 편성으로 관리재정수지가 일시적으로 악화되겠지만 GDP 대비해선 2014년 -1.7%에서 2018년에는 -1%까지 단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예상을 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내년에 500조원대 중반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채무도 2016~2018년 3년간 615조5000억→659조4000억→691조6000억원으로 현 정권이 차기에 바통터치를 하는 해엔 7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GDP와 비교하면 국가채무는 35.1%(2014년)에서 36.3%(2018년)로 소폭 늘어난다. 이는 미국(73%)과 일본(220%)에 비하면 안정적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기에 공기업 부채까지 감안하면 국가채무는 GDP의 75%를 넘는다. 자칫 수년 내 국가신용등급에 경고등이 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일시적으로 재정 적자가 확대돼도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과 금리인하, 규제완화 등 거시정책 방향과도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재정을 편성키로 했다"면서 "균형재정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경제활성화대책으로 경기가 살면 세수기반도 호전돼 당초 계획수준으로 점점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에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작성하면서 2014~2018년 기간 재정수입이 연평균 5.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세청과 관세청을 통해 거둬들이는 국세수입은 내년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연평균 5.9%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박기백 교수는 "복지 지출이 (크게)늘어나는 순간 균형재정은 쉽지 않다"면서도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지출 확대엔 공감을 하지만 약간의 증세 등을 통해 재정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증세없는 재정확대, 경기부양 타이밍 '진퇴양난'

경제 전문가들은 내수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당초 기대보다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한 공격적 예산 편성이 절실하다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그러나 초이노믹스의 화살들이 경제활성화를 명중시키지 못할 경우 재정적자만 쌓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는 터라 재정정책을 유연성있게 적용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 "하지만 우리 경제가 구조적 문제에도 직면하고 있어 규제를 완화할 것은 완화하고, 공기업 개혁·대중소 상생 등 경제구조 개선 등과 같이 규제를 강화할 것은 강화하는 방향에서 구조개혁을 병행하지 않으면 재정만 낭비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도 예상과 달리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정부가 기대한 세수기반이 무너지고, '깡통계좌'만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금은 당초 목표치보다 8조5000억원 가량이 덜 걷혔다. 경기부진으로 법인세·양도세·증권거래세 등이 일제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9조원 가량의 세금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3년째 세수가 목표치에 미달했다. 내년 세입도 당초 '2013~2017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보다 23조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에 새 계획을 내놓으면서 13조원으로 낮췄다. 그만큼 세입여건이 빡빡해졌다는 증거다. 벌써부터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의 올해 총 영업이익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 4조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인하대 강병구 교수는 "정부의 담뱃세,주민세, 자동차세 증세는 규모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서민층에게 좀더 부담이 가는 역진적 성격이 짙다"면서 "조세부담 공평성의 원칙에 따라 소득세, 법인세, 사회보장기여금 등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대 홍기용 교수는 "지금까지는 (재정이)견딜 수 있지만 계속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면서 "비과세 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법인세보다는 소득세를 먼저 손 보는 등 안정된 재정기반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에 부족한 예산을 보충하기 위해 33조원 가량의 적자부채 발행도 감수한다는 방침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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