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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남자들의 차' 신형 쏘렌토 ..여심까지 사로잡다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8 13:24

수정 2014.09.18 13:24

신형 쏘렌토 주행 모습
신형 쏘렌토 주행 모습

꽤나 발칙하고 용감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28일 출시한 신형 쏘렌토의 마케팅 전략을 두고하는 이야기다. 기아자동차는 신형 쏘렌토의 주력 고객을 30~40대 남성으로 정했다. 슬로건 역시 '남자의 존재감'이며 각종 광고도 온통 남성성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하고있다.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에 굳이 왜 제한적인 마케팅 전략을 취했을까 솔직히 궁금했다.

17일 신형 쏘렌토로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부터 강원도 춘천 라데나GC까지 80㎞ 구간을 달린 것은 순전히 오기 때문이었다.
여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남자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은 심리랄까. '남자의 차'라는 설명 일색이라 과연 여성 운전자에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궁금했다.

앞뒤차 사이에 좁은 간격으로 평행 주차된 차량을 빼는 것부터가 과제였다. 저속으로 후진하자 오른쪽 화면에는 뒷 범퍼 주변 환경이 시원하게 보였다.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핸들을 틀자 출차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운전면허를 딴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평행 주차된 차량 출차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액셀을 지긋이 밟았다. 엔진음이 서서히 울리며 부드럽게 앞으로 내달린다. 강하고 다소 공격적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서울-춘천 구간은 80㎞/h에서 140㎞/h까지 오가며 다이내믹하게, 춘천-서울 구간은 90~100㎞/h 수준에서 일정하게 달렸지만 승차감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특히 속도를 내는 구간에서 흔들리기 쉬운 뒷좌석 역시 시트에 파묻힌 듯 안정적인 승차감을 줬다. 계기판 가운데에는 차선 이탈과 주행 거리를 알려주는 코너가 있는데 핸들을 어떤 방향으로 돌리더라도 가리지 않고 잘 보여 운전이 미숙한 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다만 네비게이션 화면이 다소 아래쪽에 위치해 시야에 잘 들어오지않는 점은 아쉽다. 의식적으로 눈을 내려 화면을 쳐다봐야해서 전방 주시에 어려움이 있다. 1열과 2열 사이 공간이 너무 좁은 것도 개선돼야 할 점이다. 보통 체격의 여성에게 적합한만큼 체격이 좋은 남성이라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2열 레그룸이 좁은 대신 적재공간은 넓어졌다. 2열 시트는 스위치로 접을 수 있으며 3열 시트는 손잡이로 간편하게 접고 펼 수 있다. 4인가족이 캠핑을 간다면 텐트부터 의자, 각종 장비까지 무리없이 실을 수 있는 규모다. 스마트키를 소지한 상태로 차량 후방에 3초이상 머물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테일 게이트' 시스템 덕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문을 연뒤 다시 들어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기아차에 따르면 쏘렌토는 절대적으로 남성고객이 많은 차다.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여성고객을 배제시키는 느낌이 든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기존의 콘셉트를 그대로 밀고나가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 차는 여성 친화적인 면이 많다. 부드러운 주행감, 높은 속도에도 안정적인 승차감, 간결하고 명확한 계기판 등이 대표적이다.
신형 쏘렌토는 현재 출시 20여일만에 계약대수가 1만 3000대를 넘어섰다. 하반기엔 '급이 다른 SUV'라는 또 다른 슬로건에 방점을 찍어보면 어떨까 싶다.
여성 고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모델이기에 하는 이야기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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