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쌀 관세율 확정, 쌀 시장 개방 본격화 숙제는?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8 14:00

수정 2014.09.18 14:00

쌀 관세화를 선언한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할 관세율을 513%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힘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쌀 시장 개방이 본격화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회비준동의를 거쳐 이달 말까지 관세상당치 계산근거, 관세율, 쿼터물량 및 관리방안 등이 담긴 이행계획서 수정안을 WTO에 통보해야 한다. 이후 WTO 회원국들은 검증절차를 통해 우리측이 제시한 수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의가 없을 경우에는 관련 수정안에 대해 WTO가 인증서를 발급하면 관세화를 위한 국내외 절차는 모두 끝난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국내법을 변경, 자체적으로 관세화를 시행한 뒤 실제 WTO 검증절차가 완료되기까지 4년 5개월 가량의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우리 역시 지난한 과정을 거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관세율 유지, FTA 등서 쌀 제외 '관건'

정부는 관세율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관세화 유예의 댓가로 들여온 의무수입물량(MMA) 40만9000t 외에 앞으로 시장에서 수입물량이 급증할 경우 특별긴급관세(SSG)를 부과한다는 근거를 조항에 명시한다고 밝혔다.

SSG는 일반적으로 과거 3년 평균 수입량 대비 5% 이상 수입쌀이 들어올 경우 기존 관세율의 3분의 1수준 만큼을 추가로 적용, 수입쌀이 높은 관세 때문에 들어올 수 없게 막는 조치다.

WTO 회원국들의 동의로 높은 관세율을 최종 확보했더라도 SSG라는 추가 방지장치를 만들어놓은 셈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정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포함한 모든 FTA(자유무역협정)에서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해, 쌀 관세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WTO 내에서의 고율 관세 확보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진행될 FTA 등 국제협정에서 쌀을 개방품목에서 제외해 국내 시장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진행하고 있는 한·중 FTA에서도 쌀을 제외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농민단체들은 고율 관세율을 영구히 적용하고 기타 국제협정에서 쌀을 제외시키는 안을 구두가 아닌 법제화를 통해 명문화하자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법 등을 통한 법제화에는 반대하고 있다. 다만 향후 있을 협상시마다 국회동의 등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지장치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농민단체들이 꾸준히 요구해왔던 MMA에 대한 재량권도 우리측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한다는 점도 분명히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MMA 쌀의 30%를 밥쌀용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나, 용도를 제한한 것 등의 내용은 수정안에서 삭제해 통보키로 했다.

이 장관은 "용도변경 등의 조항을 삭제한다는 것은 MMA로 들여온 쌀을 해외원조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쌀 산업 대책 주요 내용은

정부가 이날 내놓은 쌀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대책은 소비 및 수출 촉진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에서는 규모화된 전업농을 지속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158곳인 '들녘경영체'를 오는 2024년까지 600곳으로 확대한다. 들녘경영체는 50ha 이상의 집단화한 들녘을 공동 생산·관리하는 경영체로 규모화를 통해 생산비가 약 11% 절감 및 품질제고의 효과가 기대된다.

또 2024년까지 경작규모 6ha 이상의 쌀 전업농을 3만 가구로 늘리고 쌀 전업농의 재배면적을 전체 벼 재배면적의 4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규모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품질 향상을 위한 대책도 수립됐다.

우선 고부가가치 쌀 생산을 위해 특수미 종자 보급률도 지난해 30%에서 2022년까지 75%로 확대하고 생산·유통단계에서 들녘단위로 품종을 통일해 공동 출하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종자정선시설을 현대화하고 낡은 시설을 매년 7곳씩 개보수해 우수 보급종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고품질 유기농 쌀을 재배하는 농가에는 내년부터 '유기지속직불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59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농가소득 안정 차원에선 쌀 고정직불금 인상(기존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과 함께 농산물 가격 하락이나 수확량 감소로 줄어드는 농가 수입을 보험금으로 보전해 주는 '수입보장보험' 등도 도입된다.

최근 쌀 소비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국내 쌀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예산도 올해 35억원에서 내년도 55억원으로 늘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서구화된 식습관,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쌀 소비가 지속 감소하고 있어, 쌀 소비 촉진과 가공산업 육성, 수출 등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며 "쌀을 활용한 고급주류와 '제2의 햇반' 등 쌀 가공제품을 개발하는 등 예산을 늘려나가겠다"고 설명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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