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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촌지?.. 모바일메신저 '선물하기'

최은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19 17:07

수정 2014.09.19 17:07

#.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38)는 얼마 전 다른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5만원 상당 패밀리레스토랑 디지털 상품권 2장을 전달했다는 얘기에 민감해졌다. 교사에게 직접 선물하는 모양새를 갖추지 않아도 성의를 표시할 수 있어 많은 학부모들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애용한다고 한다.

#. 보습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B씨(27)는 최근 한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잘 부탁한다'며 카카오톡으로 15만원이 넘는 화장품을 선물로 보내 깜짝 놀랐다. B씨는 "주변의 많은 학원강사들이 선물하기 메신저를 받는다"며 "야멸차게 거절할 수도 없고, 혹시 선물을 받으면 학생에게 좀 더 신경써야 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에서의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교사 및 학원강사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사례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 일종의 성의 표시라는 의견도 있지만 선물 금액이 많아 '21세기의 신종촌지'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로 선물을 전달하는 순간을 직접 포착하기도 어려워 교육당국으로서도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과 라인(LINE), 밴드(BAND) 등 주요 모바일 메신저들은 선물하기 기능을 갖췄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학교와 학원 등 교사들에게 부담되는 수준의 선물하기 쿠폰을 보낸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경우 고가의 상품권은 물론이고 명품가방을 비롯해 의류, 신발,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이 선물하기 목록에 포함돼 있다.

상대방에게 '선물하기'로 선물을 보내면 쿠폰 형식으로 메신저가 전달되기에 손쉽게 전할 수 있다. 결제를 할 경우 구매 상품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채 '인터넷상거래'로만 표시된다.

물론 상대방이 선물을 거부하면 구매자에게 쉽게 환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선물하기 메시지를 거절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선물하기의 환불 서비스를 개선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모바일메신저상 선물 전달 사례가 심심치 않게 퍼지고 있고 학원가에선 모바일메신저를 통한 선물하기 빈도가 더 높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한 학부모는 "모바일메신저가 접근성도 좋고 선생님들도 크게 부담스러워하지 않아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에선 이 같은 모바일메신저를 통한 선물전달 적발 사례가 없지만 실제 선물전달이 이뤄져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과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에서의 선물하기도 금품이라 과도하게 받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메신저는 개인적인 것이라 현장에서 발견하기도 어렵고 무턱대고 휴대폰을 검사할 수 없어, 내부고발이 아닌 한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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