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신발끈 단단히 묶어야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1 16:44

수정 2014.09.21 22:35

[데스크칼럼] 신발끈 단단히 묶어야

이런 지진이 이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세계 경제위기가 여전히 진행형이어서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분리반대로 결론이 났다. 영국연방내에 갈등이 있었지만 분리독립 투표까지 갈 줄이야. 세계를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지진'으로 불러도 흠이 될 것 같진 않다.

사실 필자는 처음부터 이번 투표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짐작했다. 캐나다의 사례에서 그 결과를 명확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 캐나다 퀘벡주는 스코틀랜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분리독립 의지가 강한 곳이다.


퀘벡은 프랑스계 주민이 처음 이주해 와서 정착한 곳이다. 지금도 퀘벡주는 프랑스계 주민이 80%나 된다. 그러나 프랑스가 1763년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이후 영국령이 됐다.

영국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간직해 온 퀘벡주는 마침내 1980년 5월 20일 독립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당시 퀘벡주 수도인 몬트리올은 캐나다 제1의 경제도시로 막강한 위상을 자랑하고 있었다. 퀘벡주로선 무서울게 별로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분리독립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한 곳은 바로 기업들이었다. 안정적인 기업환경을 원했던 기업들은 앞다퉈 토론토 등으로 이주해 가는, 퀘벡주 탈출 러시를 벌였던 것. 그 바람에 기세등등했던 주민들의 독립의지는 급격히 시들고 말았다. 투표결과는 찬성 40.44%, 반대 59.56%였다. 분리독립주의가 강하더라도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제적 요인 때문. 연방으로 남아있는 게 이익이 훨씬 커서다.

필자가 이번 사건에 주목하는 건 스코틀랜드가 영국연방이 된 지 307년이나 된 터에 분리독립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북해유전이라고 한다. 북해유전이 있으니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지금보다 훨씬 잘먹고 잘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그만큼 세계 경제난이 심하고 전 세계적으로 고통이 크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세계는 경제적으로 강한 유인만 있으면 어떤 일이라도 결행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요즘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다. IS의 잔인성으로 인해 미국 등 수십개국이 이를 어떻게 무너뜨릴 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IS가 지구촌의 공적 1호로 떠 오른 셈이다.

그런데 이런 IS에 전 세계에서 상당수 젊은이들이 자원해 가담한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보이지만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젊은이들이 움직이는 데는 종교적 동기도 있겠지만 그 기저엔 경제적 동기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참여하는 사람에게 확실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피폐해져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에겐 매력적으로 들릴 만한 얘기다. 유전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IS를 강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작금의 경제적 위기는 전 세계를 불안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없어서 어렵지만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불안해서 쓰지 못하는 시대다. 개인만 그런 게 아니다. 기업도, 정부도 불안하긴 매일반이다.
이런 불안감은 제2, 제3의 지진을 계속 만들어 낼 것이다. 이 위기는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기에 이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의 몸부림도 계속돼야 할 듯하다.
신발끈과 허리띠를 다시 단단히 매야 할 것 같다.

lim648@fnnews.com 임정효 산업부장 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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