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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공시 없는 단통법은 이빨 빠진 호랑이다"...24일 규개위의 분리공시 제외 행보에 반발 거세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3 14:43

수정 2014.09.23 14:43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법의 의의와 가계통신비 절감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법의 의의와 가계통신비 절감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빨 빠진 호랑이'가 사냥을 할 수 있을까. 해답은 "사냥은 커녕, 먹이를 씹기도 힘들다"이다.

그렇다면 핵심 규제수단이 빠진 법제도가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역시 해답은 "실효성은 커각, 시장의 혼란만을 가중시킨다"이다.

10월1일 시행을 앞둔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 개선법'(단통법)의 상황이 그렇다.

단통법은 정부가 차별적 보조금 금지와 휴대폰 출고가 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을 목적으로 마련해 오는 10월1일부터 시행되는 법이다.


그러나 단통법은 시행일이 이줄이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11개 세부 고시안이 이해집단계 이견충돌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단통법의 11개 고시안 중 핵심 규제수단인 이통사와 제조사 보조금 분리공시 조항은 특정 휴대폰 제조사의 반발과 정부 부처간 이견 속에서 막판까지 단통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다.

당초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분리공시를 포함한 단통법 고시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12일 열릴 예정이었다가 부처간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19일로 연기됐다.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아 24일로 재차 연기되면서 정부내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단통법의 분리공시 조항은 24일 오전 7시 열리는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에서 결판 나게 된다.

그러나 2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에서 분리공시 포함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게 관측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호갱(호구 고객)' 방지와 고가 단말기값 인하를 위해 만든 단통법이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한 '반쪽 단통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분리공시제'란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신규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을 각각 구분해서 공개하는 게 골자다. 그간 이통사들은 분리공개해야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들에게 이통사 보조금만큼 요금할인을 해줄 수 있어 적극 지지해왔다.

하지만 휴대폰 제조사들은 마케팅비용인 보조금을 공개하면 영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어 반대해왔다.

소관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는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을 방지하면서 투명한 이통시장 질서 확립 등 단통법 취지상 보조금 분리 공시제가 절실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현재 일부 휴대폰 제조사를 제외한 각계는 대부분 분리공시를 지지하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단통법 의의와 가계통신비 절감 과제' 토론회에서도 "분리공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각계 의견이 모아졌다.

문병호 미방위 위원(새정치민주연합)은 "단통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미래부가 제정해야할 시행고시 5개와 방통위가 제정해야할 시행고시 6개 등 11개 고시내용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

단통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고 그 의의가 아무리 획기적이 하더라도 시행과정에서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고 분리공시 포함을 촉구했다.

우상호 미방위 위원(새정치민주연합)은 "대한민국 통신시장은 '호갱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혼탁하다"며 "단통법의 실효성을 살릴 수 있도록 고시안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원식 마방위 위원(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부당한 이용자 차별과 단말기 구입부담 등 문제가 많다"며 "단통법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시안이 마련되어야한다"고 피력했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방통위는 지난달 전체회의를 거쳐 단통법에 분리공시 조항을 넣기로 결정한 후 규제위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삼성을 제외한 절대 다수가 분리공시제를 지지하고 있는데다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분리공시를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외국에서는 20∼30만원에 휴대폰이 판매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같은 휴대폰이 100만원에 판매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이런 불합리한 현상이 해결될 수 있도록 단통법이 만들어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녹색소비자연대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양대 주체인 이통사와 제조사가 보조금의 구조를 애매모호하게 만들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는 현행 영업형태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이동통신서비스 선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규개위의 미온적인 태도로 최종 결정이 지연되고 있어 10월 1일 단통법 시행 시 시장의 혼란을 야기 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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