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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변학도와 이몽룡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3 17:05

수정 2014.09.23 17:05

[여의나루] 변학도와 이몽룡

변학도! 배울 학(學)에 길 도(道)라는 이름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성추행의 대표적 인물 남원군수 변학도. 그는 공맹을 논하는 사서삼경을 지식으로만 통달해 어려운 국가고시(과거)를 패스한 최고의 엘리트로서 번듯한 사회 지도층의 목민관이건만 사서삼경의 진정한 뜻은 고사하고 오히려 정신병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구자이자 성격 파탄자이며 성도착증 환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전자발찌를 부착시켜야 하는 비정상적 인간인 것이다. 변학도는 남원고을 부임 첫날부터 마음에 드는 기생을 고르기 위해 '기생 점고'를 실시하더니 죄다 마음에 들지 않자 임자 있는 유부녀 '성춘향'의 수청을 받고자 하나 뜻을 이루지 못하니 오히려 군수에게 대들었다는 괘씸죄로 투옥시킨다. 그것도 목에 칼을 씌우고 주리를 트는 중죄인으로…. 백성을 을(乙)로만 알고 여성만 보면 자나깨나 섹스 생각만 하는 그런 공공의 적 변학도. 그러한 변학도 같은 목민관들로 인해 망국으로 가는 민족의 대시련을 경험했건만 지금도 이런 변학도가 선택되는 국가고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그따위 공직자가 양산되고 또 전국적으로 포진돼 있다. 미국, 제주, 강원, 집무실, 별장, 골프장 가리지 않고 30대, 40대, 50대, 60대, 심지어 70대 노구의 변학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변학도는 지방수령에 불과했지만 지금의 변학도는 그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계급도 높다. 들켰길래 망정이지 안 들킨 경우까지 감안하면 그 수는 상상하기 싫을 만큼 끔찍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성추행을 감행하다 보니 실제로 자식을 낳기도 하고 그런 모양이다. 복제인간의 원조 홍길동이 자신의 분신을 여러 명 만들어 전국 각지에 파견하듯 변학도의 복제 인간들이 전국 각지에서 암약하고 있는 실태다. 도처에 변학도, 정말 변학도 전성시대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반면 국가고시 패스자 중에는 변학도 때려잡는 통쾌한 '이몽룡' 같은 사람도 대단히 많이 배출해 냈다. 진부하지만 이몽룡의 한시를 지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금준미주 천인혈(金樽美酒 千人血) 옥반가효 만성고(玉盤佳肴 萬姓膏) 촉루락시 민루락(燭淚落時 民淚落) 가성고처 원성고(歌聲高處 怨聲高)' '금동이의 술은 많은 사람의 피요 옥쟁반의 훌륭한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고 잔치의 촛물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성소리 높아진다.'

지금의 못된 공직자들의 쾌락주의 권위주의에 너무나 잘 적용이 될 이 한시는, 대량으로 인쇄해 공직자 사무실에 붙여놓아도 될 정도의 자성의 시(詩)라고 생각된다.

현직 어느 여검사가 법무부(法務部)인지 법무부(法無部)인지 모르겠다는 직속 상부에 대한 지적처럼 사직을 받아줄 것이 아니고 어명을 수행하는 이몽룡이 내린 봉고파직(封庫罷職)의 중죄를 내렸어야 되는 것이다. 이몽룡 같은 검사가 그것도 직속상부에 예의를 다해 법무부(法無部) 운운했길래 망정이지 무법부(無法部)라고 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셈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석양의 무법자'라는 영화의 원 제목은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다. 쉽게 말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제목이다. 우리는 착한 사람을 보통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흔히들 알고 있지만 법을 악용하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둘 다 무법자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 법을 집행하는 전문가 중에는 좋은 무법자, 나쁜 무법자, 이상한 무법자가 공존하고 있다.
또 높은 분들은 자신을 이 셋 중 어떤 무법자라고 판단할까? 이러한 추한 죄악을 쉽게 잊거나 용서하지 말고 이몽룡 같은 공직자가 변학도를 혹독하게 징벌하듯 끝까지 추적 필벌해 국민의 믿음을 조성시켜 정말 이상한 사람들의 출현이 멈췄으면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은 각자 자신이 변학도인지, 이몽룡인지를 스스로 판단해 보자.

강형구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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