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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개위, 단통법서 '보조금 분리공시' 조항 제외...실효성 없는 '반쪽법안' 우려

양형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4 09:15

수정 2014.09.24 09:15

10월1일 시행될 예정인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 조항이 빠지면서 실효성이 약한 '반쪽 법안'으로 출발하게 됐다.

특히, 분리공시가 제외된 단통법은 본래 도입 취지와 달리 실효성이 약화되는데다 소비자의 알권리도 제약돼 정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단통법의 세부 고시안 11개의 포함 여부에 대해 심사한 끝에 '분리공시' 조항을 제외시키기로 했다.

이는 법제처가 규개위에 단통법의 하위인 고시에 '분리공시' 조항이 포함되면 상위법과 배치된다는 유권해석을 전달한 데 일부 정부부처와 휴대폰 제조사의 반대의견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단통법은 지난 5월 국회에서 처리된 후 8월 방송통신위 의결를 거친 후 규개위에 상정된 후 두 차례의 회의 연기 끝에 이날 '용두사미'식 결론을 내게 됐다.

그러나 규개위가 단통법 조항 중 분리공시 부분을 배제시키면서 통신규제정책의 실효성 약화와 소비자의 알권리 침해의 부작용을 낳게 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또한 규개위가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소비자 보조금 차별 방지와 가게통신비 절감이란 정책 달성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단통법에는 휴대폰 보조금의 소비자별 차별 금지, 보조금 공시, 단말기·요금할인 선택제 도입, 유통점 사전 승낙제, 긴급중지명령 등이 담겨 있다.

특히, 단통법의 핵심은 휴대폰 단말기별 보조금 공시다. '분리공시제'란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신규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보조금을 각각 구분해서 공개하는 게 골자다.

그간 이통사들은 분리공개해야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용자들에게 이통사 보조금만큼 요금할인을 해줄 수 있어 적극 지지해왔다.

하지만 휴대폰 제조사들은 마케팅비용인 보조금을 공개하면 영업비밀이 노출되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왔다.

소관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는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을 방지하면서 투명한 이통시장 질서 확립 등 단통법 취지상 보조금 분리 공시제가 절실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분리공시'가 시행될 경우 소비자들은 휴대폰 기종별로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보조금의 규모를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명 '호갱'이 될 확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게 되는 셈이다.

예컨데,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통사가 100만원짜리 휴대폰에 대한 보조금을 30만원으로 상한선을 공시했다면 소비자는 70만원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다. 이에더해, 분리공시가 시행되면 보조금 30만원 중 이통사가 20만원, 휴대폰 제조사가 10만원의 판매장려금을 지원했다는 내역도 세세히 알 수 있다.

게다가, 소비자가 중고폰이나 자급제 폰을 구입한 경우 소비자의 상황에 따라 해당 보조금 규모 만큼의 요금 할인 혜택을 선택해 가계통신비 절감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규개위가 이날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를 단통법에서 제외시키면서 이통사들은 단통법 시행시 소비자에게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시 기준이 애매해졌다. 정부도 단통법에서 분리공시가 제외되면서 이통시장에서 불법 보조금 경쟁이 벌어지면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비중을 파악할 수 없어 규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도 이통사와 제조사 구분없이 뭉뚱그려진 보조금 총액만을 알 수 있게 되면서 알권리와 선택권을 제약받게 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날 규개위의 분리공시 제외를 반기는 분위기다.


단통법에서 분리공시가 제외되면서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통사와 함께 휴대폰 판매 장려금 규모와 출고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담이 줄어든 셈.

국내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장려금 규모가 유출되면 해외 통신사와의 판매협상에서 불리해 질 수 있고, 경쟁사로 영업비밀이 노출돼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며 "그러나 이날 규개위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분리공시 조항을 제외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오후 5시30분경 관천정부청사에서 단통법에 따라 휴대폰 보조금 상한을 결정한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박지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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