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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영화의 계절, 한국영화 생각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5 17:26

수정 2014.09.25 17:26

[여의나루] 영화의 계절, 한국영화 생각

바야흐로 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엊그제 폐막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비롯해 10월에는 어느덧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조만간 부산으로 떠나 뛰어난 작품들을 보며 국내외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낼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여기에 기쁜 소식들도 들려온다. 한국 영화가 어느덧 3년 연속 연간 관객 수 1억명을 돌파하며 제3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뉴스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 자국 영화의 상영 비율과 점유율이 높은 나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관객 수의 지속적인 증가는 내수 시장의 포화가 머지않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오래전부터 영화 수입의 절반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 영화도 이제 본격적으로 해외로 눈길을 돌려야 할 때가 왔다.

과거에 비해 한국 영화의 해외 진출은 매우 활발해졌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의 한국 감독들의 활약으로 시작, 공공부문의 지원책과 뛰어난 인재들의 발굴,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에 힘입은 바 크다. 최근까지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과 활발한 해외 합작이 진행되고 있고 해외 마켓에서도 한국 영화가 나름 대접을 받으며 괜찮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내적인 면에 있어서 한국 영화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대다수 작품이 오락성으로는 할리우드에 못 미치고 예술성은 제3세계의 감성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영화는 문화콘텐츠 분야 중 가장 해외 진출이 더딘 분야로 지목되고 있으며 바로 이것이 한국 영화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 속의 한국 영화가 되기 위한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문화 상품은 '보편성'을 확보해야 성공할 수 있다. 드라마 '대장금'은 한식을 소재로 전 세계에 한국 드라마를 알리기 시작했다. 보기 좋은 음식은 시청자의 본능을 자극했고 한식이 '자연 식단'이라는 점으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둘째, 독창적인 장르의 개척이 필요하다. 우리 역사와 문화가 배양된, 한국 영화로만 표현할 수 있는 장르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드라마가 스피드 있는 스토리와 다이내믹한 장면 전환으로 정평이 나있는 것을 참고해 볼 만하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 분야는 한국이 독보적이라는 것이 해외의 평가다. 셋째, 첨단 CT(Culture Technology·문화기술)의 개발을 통해 영화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3차원(3D) 영화 '아바타'는 CT가 영화산업 전체를 견인한 아주 좋은 사례다. 전 세계적인 3D 영상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촬영기술, 장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우리는 영화 '괴물'이나 '해운대'의 쓰나미 장면 그래픽을 미국에서 만들어 왔다. 넷째,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한 전략이 필요하다. 영화산업은 이제 더 이상 극장 스크린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다. 인터넷TV(IPTV),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이제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세계적인 인터넷 동영상 사업자, 게임 사업자들이 이미 영화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다섯째, 다양성의 확보가 절실하다.
합리적인 이익 배분을 통해 영화산업의 뿌리를 건강하게 만들고 특정 이데올로기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한국 영화의 여러 성과들은 일부 대기업의 투자와 진출이 만든 허상은 아닌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글로벌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경험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모바일 기술 환경을 갖추고 있으니 이러한 장점을 활용한다면 영화산업이 한걸음 도약하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서병문 단국대 미디어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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