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도에서] 수술실 감염 문제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26 16:49

수정 2014.09.26 17:26

[여의도에서] 수술실 감염 문제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사탕을 입에 넣었다가 수돗물에 깨끗이 씻어 다른 사람 입에 넣어준다면 먹겠어요?"

대학병원에서 마취할 때 사용하는 후두경이 제대로 소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보한 관계자가 기자한테 한 질문이다.

그는 "이 질문을 하면 아무도 안 먹겠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취를 할 때 집어넣는 후두경이 소독이 안 된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마취할 때는 입에 길이 20㎝가량의 쇠로 된 후두경을 밀어넣는다. 이 기구를 이용해 마취가스가 잘 들어갈 수 있게 엔도튜브를 목 끝까지 집어넣는 기관삽관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후두경은 쇠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단단하다.
최근 지인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았는데 전신마취를 하면서 후두경을 삽입하다 치아가 깨진 경우도 있다. 실제 쇠를 목구멍으로 집어넣기 때문에 숙련되지 않은 의사의 경우에는 치아를 건드려 깨지게 된다. 또 쇠로 된 후두경이 연한 후두 점막에 상처를 내기 때문에 혈액이나 가래 같은 이물질이 묻기 쉽다. 만약 환자가 감염질환을 가지고 있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형 대학병원 수술실 간호사로 근무한 A씨는 기자에게 수술실을 30분 이상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후두경 소독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실토했다.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보통 15분가량 증류수에 세척하고 살균소독제인 와이덱스액 2%에 담그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때 몸에서 나온 분비물은 단백질로 돼 있기 때문에 세척액을 사용해도 응고되므로 다음 환자에게 감염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제대로 된 소독을 하려면 100도 물에 1시간 이상 소독해야 한다. 만약 응급 수술에 들어온 환자가 에이즈 환자나 감염환자일 경우 이를 확인하지 않고 수술을 하게 되면 다음 환자까지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발생한다. 소독을 하려면 현재 있는 후두경의 개수를 3배로 늘려야 준비하고 있는 기구, 소독하고 있는 기구, 수거하는 기구 등의 숫자가 맞아떨어진다. 이처럼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관행상 놔두는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의술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중국에서도 수술실 1회용품은 봉지에 넣어 바로 뜯어 사용하고 버리게 돼 있다.

병원에서 치료하면서 감염에 대한 문제는 여러 곳에서 불거진 적이 있다.

2010년 모 방송사 프로그램인 '불만제로'에서는 위내시경의 소독 실태를 고발해 문제가 됐다. 위내시경 검사는 스코프라 일컫는 카메라가 장착된 긴 관을 입을 통해 밀어 넣어 검사하게 된다. 병원을 찾은 결과 주방용세제로 물 세척을 한 뒤 알코올로만 대충 닦는 병원도 있고 때가 잔뜩 낀 실린더에 내시경 삽입부만 담가 소독하기도 했다.

이 화면이 나가자 국민들은 난리가 났다.

또 2011년에는 MBC PD수첩이 네트워크치과 고발을 하면서 깨끗하게 소독되지 않은 스케일링 도구 등을 고발해 문제가 됐다. 이 사례들은 환자들이 볼 수 있는 오픈된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술실은 밀폐된 공간이다.


하루에도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는 환자들이 넘쳐난다. 특히 전신마취를 하는 환자들은 몸 상태가 일반인에 비해 건강하지 않다.


물론 의료인들은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실 감염 문제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pompom@fnnews.com 정명진 생활경제부 차장 의학 전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