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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왕' 박세리가 뿔났다

"박세리 선배는 내가 정말 존경하는 선배다. 그녀 덕분에 한국 골프가 큰 발전을 이뤘다."

'골프여왕' 박세리(37)에 대한 김효주(19·롯데)의 평가다. 그런 박세리가 자신의 이름을 건 여자프로골프대회를 개최한다. 현역 선수가 대회 타이틀명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은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 최초다. 다음 달 3일 경기도 여주시 솔모로CC에서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총상금 6억원)이다. 작년까지 러시앤캐시 행복나눔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열렸던 이 대회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은 박세리 선수와 아프로서비스그룹 최윤 회장(51)과의 '약속' 때문이다.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5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1승 등 총 46승을 거두고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활약상에 힘입어 2007년에는 최연소로 LPGA투어 명예의 전당 회원에 가입했다.

물론 아시아 출신 골프 선수로는 최초였다. 결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 골프의 영웅이다. 그의 성공에 자극받아 많은 후배들이 골프에 입문했다. 이른바 '세리 키즈'로 불리는 그들의 활약으로 한국 여자골프는 세계 최강의 자리를 구축하고 있다. 김효주는 그런 세리 키즈를 모델 삼아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따라서 김효주의 골프 뿌리도 박세리라는 사실을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박세리는 작년 에비앙 챔피언십 때 초청 선수로 출전했던 김효주를 여러 한국의 후배들 앞에서 '뜨는 해'로 치켜세우면서 격려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김효주가 자신이 가장 존경한다는 박세리의 호스트로 열리는 대회에 불참한다고 한다. KLPGA투어는 대회 개막 2주 전 월요일에 엔트리를 마감하는데 그 최종 명단에 김효주의 이름은 없다. 김효주의 매니지먼트사인 지애드의 한 관계자는 "에비앙 챔피언십 때 좋지 않았던 아킬레스건이 다시 부어 오른데다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휴식이 필요해 부득이 불참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실제로 에비앙 챔피언십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휴식 없이 2주 연속해서 메트라이프·한경 KLPGA선수권대회와 KDB대우증권클래식에 출전했다.

선수가 컨디션 회복을 위해 대회에 불참하는 것을 탓할 순 없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김효주는 다음 주 대회만 불참하고 다른 대회는 예정대로 출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런데 하필이면 왜 박세리 대회냐'는 비난 여론이 없지는 않다. 김효주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영웅은 영웅을 인정해 주었을 때 영웅으로 대접받게 된다.
김효주는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올 시즌 가장 뜨거운 선수다. 그가 박세리를 능가하는 선수가 될 수 있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그런 점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자신의 우상인 잭 니클라우스나 아널드 파머(이상 미국)가 주최하는 대회에 웬만해서는 불참하지 않는 이유를 김효주는 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대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