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놓쳐서는 안될 '깨진 유리창의 법칙'


1982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이론을 발표했다. 이는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행한 실험을 기초로 해 만든 이론으로 초기의 사소한 흠결 하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체를 엉망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짐바르도 교수는 두 대의 자동차 보닛을 열어둔 채 그중 한 대는 유리창을 조금 깨뜨려놓았다. 1주일이 지나서 보니 유리창이 깨지지 않은 자동차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돼 있었다.

관세청은 국세 수입의 3분의 1을 징수하는 세입조달 기관이자 우리 사회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을 통관 단계에서 차단하고 재산도피 및 자금세탁 등 탈법적인 외환거래를 단속하는 기관이다. 대한민국의 관문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 국가경제를 지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 관세행정에 사소한 허점이라도 생기면 깨진 유리창의 사례처럼 위해물품이 물밀듯 들어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법 외환거래가 판쳐 국가경제를 해치게 될 것이다.

지난 한 해 관세청이 적발한 불법물품은 금액으로 약 8조7000억원에 이른다. 그중 마약류는 지난 6월까지 관세청의 적발규모가 51.8㎏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1년간 적발량보다 많은 것은 물론 최근 10년래 최고치다. 불법 외환거래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단속실적 증가를 관세청의 노력에 따른 성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세국경을 책임지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런 수치를 단순히 성과로만 받아들이고 안주할 수는 없다. 혹여나 우리 관세행정에 자그마한 구멍이 생겨난 결과는 아닌지 긴장하게 된다.

지난 9월 5일부터는 해외여행객 면세한도가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상향됐다. 그동안 해외여행객 중 면세한도를 넘어선 과세대상 물품을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사전에 정밀 선별 과정을 거쳐 막상 조사를 하면 조사대상자의 70% 이상이 한도를 초과해 들여오다 적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지난 수십여년 동안 면세한도를 어기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국민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결과다. 그런데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보듯이 사소한 일에서도 법질서를 지키는 것이 가벼이 여겨지면 불법물품을 반입하는 중범죄도 당연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제 면세한도가 어느 정도 현실화한 만큼 면세한도 초과분에 대해 여행자가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준법의식도 함께 정착돼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행자 면세한도를 지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세관 직원은 면세한도 초과물품 대신 마약, 불법의약품 등 안전 위해물품 적발이나 대외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밀수, 불법 외환거래 단속 등에 더 많은 행정력을 투입할 수 있다.


속담에 '호미로 막아야 할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경계 삼아 작은 흠결을 그대로 두지 않고 바로 정비하는, 소소하지만 기본적인 대응을 통해 관세국경을 온전하게 지켜낸다는 자세로 관세청은 각종 불법과 비정상적 관행을 제거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 법질서 준수와 적극적인 실천이 함께한다면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낙회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