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新자산어보, 과학 수산의 출발

박경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9.30 17:12

수정 2014.09.30 17:12

[여의나루] 新자산어보, 과학 수산의 출발

봄에는 숭어가, 여름은 오징어가, 가을이면 전어가, 겨울이면 도루묵이 생각난다. 이 밖에도 계절별로 다양한 대표수산물이 있고 제철의 맛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이 특산지로 여행을 간다.

우리의 바다는 이렇게 계절에 맞춰 최고의 맛과 즐거움을 주는 큰 안식처다. 그러나 바다 환경 변화와 무절제한 이용으로 수산자원은 급속히 줄고 있다. 특히 과거 산처럼 쌓일 정도로 어획돼 '산태'라고도 불리며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던 명태와, 누구나 주전부리로 즐겼던 쥐치가 사라졌다. 이러한 여건 변화로 수산물의 자급률은 떨어지고 가격은 급등하는 피시 플레이션(Fish-flation)이 나타나며 주변국과 자원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바다와 수산자원을 지키고 어려움에 처해있는 수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과학 기술이다. 바다에서의 연구조사를 강화하고 세계 수준의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 연구개발(R&D)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수산업이 '식량'으로서 중요성뿐만이 아닌 미래지향적 산업임에도 불구, 우리의 수산 경쟁력은 30개 주요 국가 중 14위로 기술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며 수산 R&D 예산은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수산 관련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수산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 이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산분야 최초의 대형 연구개발 사업인 '신(新) 자산어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동 사업은 정확한 자원조사와 이를 토대로 첨단 기술을 개발해 안전한 수산물의 지속적인 생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선 수산자원에 대한 종류·수량·산란·성장 등 생태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사해 정부의 정책 수립과 어업인의 어업활동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나아가 인접국 간 수산자원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밀한 자원조사와 함께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 수산물의 자원량·회유변동·피해사항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핵심기술을 개발하며 궁극적으로 수산자원을 정확히 평가 예측해 지속적인 생산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방사능 적조 등 각종 피해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 안전한 수산물이 안정되게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미래 수산 100년의 큰 디딤돌을 놓게 될 것이다.


신 자산어보 프로젝트는 올해가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에서 '자산어보'를 발간한 지 200년이 되는 해라는 데 착안해 수산업의 재도약 계기를 마련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자산어보는 흑산도 주변에서 생산되는 물고기의 생태를 기록한 책으로, 동 프로젝트는 자산어보의 정신을 이어받아 과학적 연구를 통해 우리의 모든 해역에 걸쳐 전 어종에 대한 생태정보를 조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 자산어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돼 수산업이 안고 있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과학 수산의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수산업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해 어업인과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풍요로운 바다가 실현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