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곽인찬 칼럼] 지방세를 어찌할꼬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01 16:52

수정 2014.10.01 16:52

[곽인찬 칼럼] 지방세를 어찌할꼬

2할 자치란 말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열악한 지방재정을 얘기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 정도다. 2할 자치는 여기서 나왔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세금의 80%는 국세로 거둬 중앙정부 금고로 들어간다.
규모가 큰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를 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세금만 보면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다. 그점에서 2할 자치는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지방정부가 재정적으로 20%만 독립했다는 뜻은 아니다. 지방세가 지방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4%(2013년 기준)에 이른다. 여기에 세외수입이 따로 있다. 주민등록등본 수수료, 공영주차장 이용료 등이 세외수입으로 잡힌다. 세외수입은 전체 예산의 21%를 차지한다.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쳐 자체수입이라고 한다. 대략 지방정부 예산의 절반 남짓은 자체수입이다. 이렇게 보면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5할 자치다.

모자라는 돈은 어떻게 메꿀까. 중앙정부가 국세로 거둔 돈 중에서 일부는 지방교부금, 일부는 국고보조금으로 지방정부에 준다. 교부금은 지방정부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반면 보조금은 기초연금·무상보육처럼 용도가 정해져 있어 딴 데 쓸 수 없다. 작년 지방교부금은 약 36조원, 보조금은 37조원 규모다. 각 지방 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41조원)은 별도다. 이렇듯 국세라고 해서 중앙정부가 꼭 끌어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예산의 지출 비중을 보면 약 4대 6 비율로 지방이 많다.

사실 지방교부금은 지방세나 마찬가지다. 중앙정부가 거두기만 할 뿐 실제 재량껏 돈을 쓰는 것은 지방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처음부터 징세권을 지방정부에 넘기지 않는 걸까. 지역 간 불균형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도·광역시는 세수가 풍족한 편이다. 반면 시·군·구 중에는 기본 행정마저 유지하기 힘들 만큼 가난한 곳이 수두룩하다. 중앙정부는 국세로 거둔 돈을 지역 간 형평성 원칙에 따라 배분한다. 따라서 가난한 시·군·구 입장에선 중앙정부에서 타서 쓰는 편이 유리하다.

국고보조금은 크게 둘로 나뉜다. 기초연금처럼 중앙정부 사업을 대행하는 경우와 도로·교량처럼 자체사업이지만 공공성이 높은 경우다. 어느 경우든 중앙·지방정부가 비용을 분담한다. 고려대 김태일 교수(행정학)는 보조금을 할아버지가 내는 손주 학원비에 비유한다. "자식들이 손주들 학원비가 필요하다면 추가로 보태준다. 이 돈은 학원비로만 써야 한다… 자식들 평소 행태로는 학원비 대신 해외여행비로 쓸지도 모른다. 그래서 꼭 학원비로만 쓰도록 주고, 영수증을 가져오라고 했다."('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복지비 지출이 늘면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마찰을 빚고 있다. 지방정부는 지방세를 늘리고 보조금도 넉넉히 지급하라며 목청을 높인다. 중앙정부는 방만한 지방정부 예산부터 구조조정하라고 맞선다. 그 와중에 담뱃세·주민세와 일부 자동차세가 올랐다. 하지만 국세와 지방세의 본격적인 세목 재분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어느 정도가 최선일까. 지방자치의 원래 취지를 고려하면 20%는 분명 낮아 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높여도 곤란하다. 지방정부의 헤픈 씀씀이는 여론의 질타를 받는 단골 메뉴다. 지방의원들도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전문가들 중에는 7대 3 정도를 적당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지난해 취득세를 영구인하하면서 지방정부 세수에 큰 펑크가 난 것은 사실이다. 기초연금에서 지방정부가 내는 몫도 커졌다. 지자체장들의 입이 삐죽 나올 만도 하다. 해법은 한발씩 물러서는 거다.
지방정부는 낭비 예산을 털어냄으로써 신뢰감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국고보조금을 공돈처럼 쓰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대신 중앙정부는 지방세 비율을 점차 30%까지 올려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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