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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가수 리키 우중 "K팝 사랑하는 인도네시아에 당둣으로 화답"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06 17:47

수정 2014.10.06 17:47

한국인 가수 리키 우중 "K팝 사랑하는 인도네시아에 당둣으로 화답"

한여름, 어느 화창한 오후. 단발머리에 짙은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타난다. 그는 갑작스레 노래를 부르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행인과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멈추고 바라봐도 아랑곳 않는다. 그의 막춤은 광화문을 거쳐 청계천과 명동, 강남 일대로 이어진다.

가수 리키 우중(29·사진)의 뮤직비디오 '마마 파파(Mama Papa)' 속 한 장면이다. 일명 '싼티' 콘셉트로 무장한 그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1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가수의 외형만큼이나 생소한 음악은 '당둣(Dangdut)'이라는 장르로 한국의 '트로트'와 흡사한 인도네시아 전통 가요다.

인도네시아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가수 리키 우중을 만났다. 'K-팝(pop)의 나라에서 온 당둣 가수'. 인도네시아 언론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마마 파파'를 '케이둣'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한국에서 온 가수가 당둣을 부른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특이한 이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본명 황우중. 한국외국어대학교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를 졸업했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언어학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그는 인도네시아어 전문 통역사로 대통령 수행 통역을 했고 번역사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인도네시아어 유명 강사로도 이름을 알리며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어는 뻔한 패턴의 반복이다'라는 어학 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소위 잘나가던 그는 지난해 갑자기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가수가 됐다.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뮤직비디오가 엄청난 인기를 끌며 리키 우중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트랜스 티브이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리고 한 달 만인 지난 7월, 당둣 가수로는 처음으로 유니버셜뮤직과 음반 계약을 맺었다.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리키 우중은 "유니버셜뮤직은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인도네시아는 내수 시장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을 먼저 택한 것"이라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마마 파파'는 당둣에 라틴 음악을 접목한 새로운 장르의 곡이다. 당둣으로 인도네시아 젊은 층을 공략하려 한 그의 시도가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가수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대학가요제에도 나갔었고 오디션도 몇 번 본 적 있어요. 하지만 20대 때는 번번이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고 좀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죠. 더 늦기 전에 꿈을 위해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하필 인도네시아, 당둣이었을까.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K팝을 사랑하는 인도네시아에 보답을 하고 싶었어요. 인구가 2억5000만명이 넘는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K팝 팬이 가장 많은 국가로 꼽혀요.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인도네시아를 잘 모르죠."

뮤직비디오의 B급 콘셉트도 인도네시아 팬들을 위한 배려였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연예인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다가서기 어려운 이미지로 포장돼 있어요. 저는 그 틀을 깨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한국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의 꿈은 민간 외교관이다. 인도네시아를 한국에 알리고 한국의 좋은 문화를 인도네시아에 전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동안 인도네시아어를 할 수 있어서 이미 많은 수입과 명예를 얻었죠. 저에게 가수 활동으로 돈을 얼마나 버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제 음악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인도네시아에서 한류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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