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美 경제지표와 체감경기의 격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최근 들어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최근 6년간 최저인 5.9%였고 물가상승률은 당초 목표였던 2% 아래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표'는 '지표'일 뿐이다. 최근 만난 현지인들은 "살기 어렵다"고들 입을 모으고 있다.

오렌지 카운티에 거주하는 제이슨 박씨(27)는 UC계열 대학을 졸업한 지 3년, 미국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서 여러 곳에 원서를 냈지만 실패했다.

결국 취업준비를 위해 1년여를 허비하다 로스앤젤레스(LA) 코리아타운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시간만 2시간이 넘는 데다 초임이 2500달러 수준인 박봉이지만, 이나마도 어렵게 구한 직장이었다.

LA 코리아타운에 거주하는 찰스 임씨(32)의 상황도 비슷하다.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를 졸업한 후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변변한 기술이 없어 영업직을 전전했다.

지난 1월엔 회사가 부도 나서 3개월 정도 백수로 지내다가 최근에야 무역 관련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하지만 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그나마 이 두 사람은 일자리를 구했지만, 일용직이나 파트타임 일도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도 종종 만나게 된다. 게다가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는데 물가상승은 계속돼 일반인들의 체감 물가상승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월급 대부분은 각종 비용으로 나간다. 전세가 없는 미국의 특성상 대부분의 미국인은 월세 집에서 산다.

아이가 둘 있고 월수입 5000달러 정도인 가정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기준으로 방 2개의 월세가 대략 1500~2000달러다. 이는 불과 2~3년 전의 1200~1500달러 수준보다 30~40% 이상 오른 것이다.

여기에 자동차 할부금과 보험금, 전기 및 수도세, 통신비 등 각종 비용을 1000~1500달러 정도 내고 나머지 돈으로 양육비, 생활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저축이나 노후준비는 꿈도 꾸지 못하고 그달 그달 살아내기 바쁘다.

부동산 정보사이트 질로우와 미 센서스국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연 가구수입 평균은 LA 지역이 5만9424달러이며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만달러를 크게 넘지 못한다. 또한 LA 주민들은 매월 수입의 47.9%를 집세로 낸다. 마이애미(44.4%), 샌프란시스코(44.3%), 뉴욕(40.2%) 등도 비슷한 수준이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등 부자들이 기존의 자산을 투자 및 관리해 연간 몇 십억달러 이상의 돈을 버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실제로 연준이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금융조사(SCF)에 따르면 부자와 가난한 미국인들의 소득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월급에만 의존하는 가정은 더욱 막막한 상황. 소득 상위 10%의 전체 수입 중 세전임금은 2010년 55.8%에서 2013년 46.7%로 준 반면 양도소득은 같은 기간 2.3%에서 10.6%로 껑충 뛰었다.

반면 저소득층은 전체 수익에서의 임금 비율이 같은 기간 75.9%에서 73.7%로 오히려 줄었고 양도소득은 0.5% 미만이었다.

이런 현상은 노동시장 회복이 늦어져 근로자 대다수의 임금이 실질적으로 동결 상태이기 때문인 것으로 USA투데이는 분석했다. 실제로 2010~2013년 생산직 평균 시급은 단 6%만 상승했다.


결국 경제지표에 국민들의 실제 체감경기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또한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단순히 지표로 파악되는 경제가 아닌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jhj@fnnews.com 진희정 로스앤젤레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