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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EWS] 실정법 위반 논란속 안보·중대 범죄 감청 무력화 우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14 16:35

수정 2014.10.14 17:43

[이슈&NEWS] 실정법 위반 논란속 안보·중대 범죄 감청 무력화 우려

다음카카오의 통신제한조치(감청) 불응 입장 발표 이후 '사이버 검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밝힌 방식 대로 실시간 감청장비를 갖추지 않고, 서버에 카톡 대화내용을 보관하지 않아 감청요청에 응할 수 없게 된다면 사실상 실정법 위반 혐의는 비껴갈 수 있지만, 국가 안보와 중대 범죄자를 가려내기 위한 합법적 감청이 무력화돼 국가의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카카오의 대응 방식은 다른 인터넷 업체로도 급속히 퍼질 수 있어 사실상 인터넷 감청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세상에서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국가 안보·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고 국가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을 사회적 합의로 찾아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위법성 논란 수면위로

14일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수사당국이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요청에 협조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을 뿐 벌칙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가 전날 밝힌 감청영장 불응 입장은 위법성 측면은 적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다음카카오가 밝혔던 '투명성 보고서'의 정례공개화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투명성 보고서는 제11조 비밀준수의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할 수 있다는 것으로, 최대 징역형의 벌칙 부과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영장집행에 불응하는 것도 아니기에 소극적인 대응으로 보면 된다"며 "일부는 사회적 공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가 더 큰 문제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했다.

또 다른 미방위 관계자는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은 엄밀히 말하면 감청이 아닌 압수수색을 통해 자료가 확보된 것"이라며 "실시간 감청설비를 갖추지 않아 수사당국의 감청영장에 응하지 못하는 것이지 안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위법성 논란 속에 이석우 대표가 오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등검찰청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법무부에 대한 법사위 국감에서도 다음카카오의 입장 발표 이후 야권을 중심으로 수사당국의 과도한 수사가 인터넷 기업의 초법적인 대응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각 법사위에선 검찰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사이버 사찰에 나섰는지를 집중 추궁하는 한편 카카오톡 서버에 저장된 내용이 예정된 기간보다 오래 저장된 경우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한 감청은 어떻게…

지난 2002년 6월 입국한 탈레반 연계 혐의자 A씨. 한국 수사당국은 A씨가 '탈레반 자금세탁업체'로부터 거액을 송금 받고 파키스탄 연락책과 접촉 중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감청 불가로 구체적 혐의를 입증하는데 실패했고 해당 혐의자는 지난 2012년 10월 출국했다.

현재 국내 감청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전화번호수 기준 국가정보원의 감청은 2416건으로 전체 감청의 96%를 차지한다. 이 같은 국정원 유선 감청의 70% 이상은 외국 공관에 대한 유선망 감청이란 점에서 감청에 대한 적정선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정원 유선 감청이 많은 것은 외국 공관들의 유선망에 대한 감청이지만 이에 대해 외국 공관도 잘 알고 있다"며 "우리 공관들도 외국에 나가면 다 감청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위한 감청을 하는 것을 단순히 수치만으로 비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9·11 사태 이후 국가안보위협 범죄에 대해 더욱 강력한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감청대상자가 통신수단을 수시로 교체하면 모든 통신수단에 대해서 감청할 정도다.
독일과 벨기에는 테러 등 국가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PC와 스마트폰 등에 대해 해킹까지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 감청 필요성도 여전한 상황에서 국내에서 촉발된 사이버 사찰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를 쌓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프라이버시(사생활)와 국가안보 이슈를 조율할 관련 법 개정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활발하게 벌어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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