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IPO, 순환출자 완화·경영권 승계 '두 토끼'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 완화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3세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동시에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의 공모구조가 오너 일가 대신 삼성카드와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기존 주식을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구주 매출'과 '신주 모집'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윤곽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21일 상장예심 통과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 희망공모가 밴드를 4만~5만원으로 제출한 제일모직은 오는 21일 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통보받을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예비심사를 청구한 제일모직이 한 달 만에 상장예심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는 것은 패스트트랙 제도를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상장예심 통과가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공모구조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상장 후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은 5조~6조원대이며 공모 규모는 전체 발행주식수의 20~25%로 1조2000억~1조7500억원가량으로 예상된다. 삼성계열사 등이 보유한 기존 주식을 시장에 내다파는 동시에 신주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주매출의 경우 삼성카드(5.00%), 삼성전기(4.00%), 삼성SDI(4.00%), 삼성물산(1.48%) 등 계열사들이 보유 중인 지분이 시장에 출회된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25.1%) 등 대주주 일가 지분은 구주매출에서 제외됐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 완화를 감안하면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신주모집 규모는 5000억원 선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3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주발행 시 수반되는 이재용 부회장 등 구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제일모직이 구주매출 이외에도 굳이 신주를 발행하는 까닭은 순차입금 규모가 1조6700억원가량(반기 말 기준)으로 불어났을 뿐 아니라 테마파크인 에버랜드 시설 확충과 스포츠.아웃도어 등 패션부문 신규 사업 강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 등 자금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CC지분 공모에 나올까

제일모직의 2대주주인 KCC가 이번 IPO를 통해 보유지분 17.00%를 현금화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KCC의 제일모직 지분 17.00%는 오너 3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보유한 지분 8.00%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 때문에 삼성 측에선 KCC가 이번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편이 덜 부담스럽다.

이번 제일모직 IPO의 주요 목적인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3세의 경영권 승계인 만큼 실제 삼성 측도 KCC가 보유지분을 이번 IPO를 통해 현금화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선 제일모직이 제시한 공모가가 다소 낮은 만큼 KCC가 이번 IPO를 통해 보유지분 전량을 모두 처분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