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반려기획]천사견, 악마견을 아시나요?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0 16:40

수정 2014.10.29 18:11

"3대 천사견 골든리트리버 분양합니다"

지난 19일 회원수 백만명이 넘는 네이버 카페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었다. 생후 2개월 된 수컷 골든리트리버의 사진과 함께 분양 받을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비글을 분양 받을 사람을 찾는다는 또 다른 게시글에는 '악마견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인 하기나름'이라는 단서가 달려있었다.

■천사견과 악마견 성격은

견주들 사이에서 소위 '3대 천사견과 3대 악마견'으로 불리는 개들이 있다. 3대 천사견은 진돗개, 푸들, 골든리트리버(래브라도리트리버). 3대 악마견은 비글, 아메리칸 코카 스파니엘, 슈나우저(닥스훈트) 등이다. 이 구분에 명확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견주들은 천사견은 온순하고 주인을 잘 따르지만, 악마견은 통제가 어렵고 과격하다고 입을 모은다.


천사견과 악마견의 대표격인 래브라도리트리버와 코카 스파니엘을 함께 키우고 있는 김순성(56)씨는 "코카 스파니엘의 경우 성격이 과격하고, 주인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편"이라며 "원래 후배가 아파트에서 키우던 강아지였으나 과격한 성격을 감당하지 못해,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 거주하는 자신에게 분양해줬다"고 말했다.

비글과 진돗개를 함께 키우는 김영찬(53)씨는 "철조망을 치면 진돗개는 '나를 막는다'고 생각하고 그 쪽으로 안 가지만 비글은 철조망을 이빨로 물어뜯고 완전히 망가뜨려 버린다"고 말했다.

악마견을 키우는 견주들의 고민은 대체로 비슷하다. 집안의 가구나 벽지를 물어뜯거나, 콘센트를 파손하고, 신발이나 슬리퍼 등을 망가뜨리는 것은 예사다. 크레파스를 먹고 초록 똥을 싸기도 하고, 바퀴벌레 약을 먹고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한다. 또 훈련이나 통제가 어려워 목욕을 시키거나 발톱을 깎을 때 주인을 물어 심하게 다치는 일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애견 동호회에서는 악마견의 만행을 찍은 사진을 공유하거나 악마견주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반면 천사견으로 꼽히는 래브라도리트리버나 골든리트리버의 경우 성격이 온순하고 훈련을 통한 통제가 용이해 맹인안내견, 동물매개치료견, 보청견 등으로 사랑받고 있다. 진돗개 역시 일반적으로 충성심이 강하고 순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천사견의 악마적 말썽을 토로하는 견주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개의 본성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

학계 및 동물 전문가 등은 '악마견' 따로 있다기 보다는 개의 본성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적절한 교육과 훈육을 통해 반려견의 부적절한 행동을 교정할 수 있으며, 견주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상근이 아빠'로 잘 알려진 이웅종 천안연암대 교수는 "소위 악마견이라고 불리는 개들은 모두 사냥견 출신으로 본성적으로 활동량이 많고 호기심이 왕성하다"며 "아파트 위주인 우리나라의 주거 형태상 충분한 산책이나 운동을 시켜주지 않으면 넘치는 에너지가 욕구불만, 파괴본능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과거 비글은 토끼, 코카 스파니엘은 도요새, 미니어쳐 슈나우저는 쥐나 족제비 등을 사냥하기 위한 견종이었다.

반려동물훈련학교의 노권래 교장은 "어떤 견종도 처음부터 천사견, 악마견은 따로 없고, 다만 생후 12~16주까지의 사회화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개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며 "골든리트리버나 래브라도리트리버도 원래는 수렵견 출신으로 어릴 때는 악마견 못지 않은 과격함을 보이지만 훈련을 통해 순화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골든리트리버나 래브라도 리트리버도 악마견과 같은 사냥견 출신이다. 다만 몸집이 30kg에 달하는 대형견으로 새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견종으로 사람에 대한 복종심, 침착함 등을 훈련 받아 지금의 천사견이 됐다고 한다.

■반려견은 동반자 인식필요

전문가들은 처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개의 성격과 주인의 성격, 주거 형태, 시간 및 경제적 여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인을 위한 수단으로 '애완견'을 키운다는 생각보다 '동반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 귀엽다는 이유로 악마견을 분양받았다 처치가 곤란해 유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처음 개를 키우는 초보자라면 시츄, 푸들, 요그셔 테리어 등 온순하고 작은 개가 적합하다. 흔히 '토이그룹'으로 분류되는 이들 견종은 사람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개량된 품종으로 크기가 작고 온순해 사람을 잘 따른다.


라라 동물병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견주들도 악마견 등의 특성을 알고 있어 이를 고려해 반려견을 분양받는 추세"라며 "짖음 등의 문제로 성대제거 수술을 문의하는 손님도 요즘은 악마견보다 치와와나 다른 소형견 위주"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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