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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전문기자의 핀치히터] '열정의 그라운드'.. 고교야구 다시 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0 16:44

수정 2014.10.20 16:44

52개교로 줄었던 고교야구팀이 올 들어 63개로 늘어나는 등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고교야구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도 이런 흐름에 일조했다. 지난 3월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열린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에 참가한 경기고와 서울고가 1회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52개교로 줄었던 고교야구팀이 올 들어 63개로 늘어나는 등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고교야구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도 이런 흐름에 일조했다. 지난 3월 부산 구덕야구장에서 열린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에 참가한 경기고와 서울고가 1회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고교야구에 다시 봄이 올 수 있을까?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매년 되풀이돼 온 질문이다. 1970년대 고교야구는 최고 인기를 누렸다. 봉황대기를 비롯한 고교야구 대회 주최사들은 경기 후 포대 자루에 현금을 쓸어 담아 돌아갔다.

남우식(경북고), 윤몽룡(중앙고), 최동원(경남고), 김봉연(군산상고), 선동열(광주일고), 김시진(대구상고·현 상원고), 이상군(천안북일고)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고교야구를 빛냈다.

'비운의 황태자' 박노준(선린상고·현 선린정보고)의 부상은 숱한 여고생의 눈물과 맞바꾸었다. 고교야구의 봄날은 그때까지였다. 대한야구협회(회장 이병석)에서 고스란히 프로 기구(KBO)로 옮긴 관계자들은 의도적으로 고교야구 '학살'에 나섰다. 고교야구를 그냥 두고는 프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

그 결과 아마는 죽고 프로는 살았다. 하지만 스타의 산실을 잃었다. 일본의 경우 고시엔의 스타는 이미 스타다. 프로에서 새삼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다. 국내 프로에서 한 명의 스타가 탄생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절감한 프로 관계자들은 고교야구 부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매년 감소하는 팀 수를 늘리려고 애썼다. 막대한 창단 지원금도 주고 순회코치 파견과 장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맥박을 상실한 고교야구는 좀처럼 온기를 회복하지 못했다.

올 들어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한때 52개교까지 내려갔던 숫자가 60대를 되찾았다. 강원의 강원고와 경북 글로벌 선진학교의 가세로 야구팀을 보유한 고등학교가 62개로 늘었다. 그런 추세에 힘입어 지난달 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부산 정보고교(옛 영남상고)가 무려 30년 만에 야구부 부활을 선언한 것. 이로써 고교야구 팀 수는 63개교가 됐다.

팀 수 증가에 발맞춰 각종 대회도 늘어났다. 지난해 대한야구협회장기가 출범한 데 이어 올해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파이낸셜뉴스 주최)이 가세했다. 고교야구의 전통은 전국 명문학교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경기고, 서울고, 경남고, 부산고, 경북고, 광주일고 등 각 시·도를 대표해온 학교들이다.

이 가운데 서울 두 팀(경기·서울고)과 부산 두 팀(경남·부산고)이 지난 3월 먼저 만나 자웅을 겨뤘다. 경기고(감독 신현성)가 대회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경기고와 서울고는 올해 열린 5개 전국대회에서 3개 대회를 휩쓸어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에 참가한 팀들의 수준을 짐작하게 했다.

서울고(감독 김병효)는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경기고는 대통령배 4강에 이어 지난주 막을 내린 대한야구협회장기에서 덕수고에 6-5로 역전승을 거두고 짜릿한 우승을 맛보았다.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은 내년 4개 지방 명문고를 추가해 모두 8팀이 참가, 명실공히 전국대회로 발돋움한다.


올해 고교야구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서울 팀들의 초강세. 봉황대기에서 휘문고(감독 이명섭)가 창단(1907년) 첫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덕수고(감독 정윤진)는 청룡기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63개 팀이 출전하는 2015년 고교야구는 어떤 판도를 보일까? 올해의 상승세를 이어가 제2의 전성기로 나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할까? 이런 의문들을 풀 첫 단추가 될 대회가 내년 3월 부산에서 벌어진다.
전국 8개 명문고교가 참가하는 '전국 명문고 야구열전'이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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