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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케아, 신뢰가 답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0 17:19

수정 2014.10.20 17:19

[기자수첩] 이케아, 신뢰가 답이다

지난주 월요일 오후 10시께 이케아코리아의 김한진 이사는 굳은 표정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나섰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순간부터 각오했겠지만, 변명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대한민국 국회의 분위기에 김 이사도 적잖게 당황했을 것이다. 7~8년간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한 이케아는 1호점 매장을 열어 고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보기도 전에 국회의원들의 호된 질책부터 맛본 셈이다.

이날 의원들의 지적은 매장 직원의 시급에 집중됐다. 앞서 이케아는 '시급 9200원(주휴수당 포함)'이라고 공개했지만, 사실 7666원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노동법에 따라 일정 시간 일한 근로자에게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유급휴가를 시급에 포함시켜 공지해 마치 더 많이 받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시급 9200원에 주휴수당이 별도라면,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매주 7만3600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이케아가 시급을 두고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소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노동법 전문가나 급여 조건에 민감한 취업준비생이 아니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이케아는 가구와 생활용품뿐 아니라 스웨덴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어 한국 진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스웨덴 국기 색깔인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장식한 매장과 레스토랑에서 파는 스웨덴식 미트볼은 이국적인 느낌을 받게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복지국가 스웨덴의 기업문화도 함께 소개하길 기대하고 있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연대임금 정책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간의 양극화를 줄이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정리해고를 하더라도 1년치의 월급과 재취업 교육을 책임지는 스웨덴의 기업문화는 분명 한국사회가 만나야 할 미래다. 그리고 이 같은 스웨덴식 노사관계의 핵심은 '신뢰'다.

스웨덴의 대표기업인 이케아가 한국에서도 '신뢰'의 기업문화를 심어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시급 부풀리기 논란으로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이케아는 스웨덴에서 솔직함을 앞세워 큰 성공을 거뒀다.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자신의 나치 전력과 극우정당 가입사실이 드러났을 때 전 직원에게 편지를 보내 반성하면서 직원과 고객의 마음을 붙들 수 있었다. 이후 매출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이케아가 창업자의 성공과 위기극복 비결을 다시 되새길 때다.

lionking@fnnews.com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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