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인터뷰] 곽정혜 IBK기업은행 사격선수 "즐기니 금메달 따라와.. 이젠 올림픽 정조준"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0 17:19

수정 2014.10.20 17:19

[인터뷰] 곽정혜 IBK기업은행 사격선수 "즐기니 금메달 따라와.. 이젠 올림픽 정조준"

"25m 과녁 앞에 수없이 섰지만 여전히 떨렸다. 경쟁에 치여 마음의 여유없이 달려왔던 15년간의 선수 인생을 돌이켜보며 이날은 하고 싶은 대로 쏴보자는 마음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지난달 23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25m 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곽정혜 선수(28.IBK기업은행·사진)는 그날의 심정을 "즐기는 마음으로 했다"고 회고했다.

과녁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한 일종의 최면이었다. 그의 최면은 들어맞았다. 사격선수 인생 처음으로 이날 그는 국제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 맏언니로서 부담감도 있었다. 개인전보다 팀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단체전이기에 동생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날 경기에는 이정은 선수(27.KB국민은행)와 김장미 선수(22.우리은행)가 함께 출전했다.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곽 선수가 처음 외친 말은 "감사합니다"였다. 강단있게 경기에 임해 준 동생들과 항상 옆에서 고생하는 이도희 코치에게 전하고픈 마음이었다.

곽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걸린 시간은 15년. 일찌감치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국내 대회에서는 여러 번 우승을 차지한 곽 선수지만 국제대회와는 유난히 인연이 없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선발전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중학교 때부터 유지해온 주종목을 공기소총에서 권총으로 바꾼 지 1년 밖에 안 됐기 때문이었다. 자신있게 출전했던 2012년 런던올림픽 선발전에서도 곽 선수는 고배를 마셨다. 그는 이를 선수생활 최대 고비의 순간으로 꼽는다.

하지만 곽 선수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올림픽 출전 대신 소속팀인 기업은행에 합류한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곽 선수는 "선발전에서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힘들었지만 소속팀에 복귀해 편하게 연습하며 오히려 '힐링'의 시간을 갖게 됐다"면서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단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펼치자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말했다.

다음해인 2013년 그는 봉황기 전국사격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며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올해 열린 제51회 그라나다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는 동메달를 따며 아시안게임 우승의 예고전을 치르기도 했다.

그의 선수생활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 경험이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어깨 부상으로 얼음찜질과 진통제를 맞아가며 출전한 이번 대회를 통해 연습과 실전에서 연결성의 중요성을 느꼈다.

대표팀에서 '연습벌레'로 통하는 곽 선수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완급조절'의 중요성을 배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항상 남들보다 훈련을 많이 하려고 했고, 운동량에 집중하다 보니 어깨가 안 좋아져 젓가락질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면서 "부상을 통해 몸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연습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곽 선수는 후배이자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막내로 출전한 김장미 선수를 존경하는 선수로 꼽았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 선수를 보며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성숙한 정신력을 보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이달 말 전국체육대회 출전을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곽 선수가 소화하고 있는 훈련량은 아시안게임 이전과 똑같지만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그는"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