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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음악 음반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 낸 소프라노 임선혜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0 17:31

수정 2014.10.20 17:31

古음악 음반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 낸 소프라노 임선혜

지난 2001년 한 소프라노가 프랑스의 고음악 전문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의 칸타타 녹음에 펑크를 냈다. 그의 대타로 소프라노 임선혜(38·사진)가 나섰다. 유럽의 쟁쟁한 고음악 거장들은 20대 초반의 자그마한 동양인 여성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프라노가 노래를 시작한 순간, 그들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빠졌다. 고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지휘자 르네 야콥스는 "선혜가 뿜어내는 독특한 영혼에 감동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지난 10일 소프라노 임선혜가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로는 동양인 처음으로 독집 음반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를 발표했다.
처음 아르모니아 문디 녹음실에 선 후 10여년 만이다. 그의 목소리에 아르모니아 문디가 10년간 계속해서 조르던 독집 음반 작업을 이제서야 마친 것이기도 했다. 앨범을 들고 한국을 찾은 소프라노 임선혜를 만났다.

―'오르페우스-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는 어떤 음반인가.

▲오르페우스는 노래를 부르면 야수나 바위마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는 신화 속의 가수다. 그의 신화는 17세기 초 역사상 최초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며 죽음의 신 하데스를 찾아가고 그의 노래는 지하세계의 신들마저 감동시킨다. 칸타타는 성악가가 솔로로 여러 명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다. 오페라 가수가 혼자 모노드라마로 4편의 이야기를 끌고간다. 사랑에 빠진 남성인 오르페우스도 표현했다가 지옥신으로 지옥의 말을 하고 사랑의 신 아모르 역도 한다. 총 67분 동안 4개의 솔로 칸타타를 들을 수 있다.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의 선택을 받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아르모니아 문디는 스타를 만드는 음반사가 아니다. 이 세상에 꼭 남겨져야 하는 음반만 골라서 만드는 자존심이 아주 강한 음반사다. 그 음반사의 선택을 받았다는 건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다. 고음악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지만 서정적인 목소리와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현력과 연기력 역시 고음악과 잘 맞았고 연출가들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고음악 분야를 동양인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장르의 첫 문을 연 사람이 됐다. 더 노력하고 공부해야겠다는 사명감과 책임도 느낀다.

―고음악은 어떤 매력이 있나.

▲고음악은 극장이 커지기 전인 14~18세기 소규모 앙상블로 궁정이나 귀족들의 개인 저택에서 많이 연주되던 음악이다. 음악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즉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관객과의 소통도 훨씬 가까운 매력이 있다. 과거에는 많은 음식을 먹고 체격을 키우는 것을 좋아했지만 현대에는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 조금씩 먹는 웰빙시대로 바뀌고 있다. 오케스트라 역시 마찬가지다. 오케스트라도 계속해서 성량이 커졌고 피치도 반음 이상 높아졌다. 유럽에서 더 이상 귀에 자극을 주는 오케스트라를 벗어나 담백하고 개인적인 음악을 해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이유다.

―고음악을 하는 동양인으로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20대 초반에는 동양인은 연기가 부족하고 소극적이라는 편견 때문에 노래도 듣지 않고 계약이 파기된 적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표현이 풍부하고 적극적인 동양인을 만나면 기대를 뒤엎는 반전 매력이 부각되는 강점이 있다. 특히 오라토리오, 바흐의 마태 수난곡과 같이 종교적이고 슬픈 곡을 할 때 기존에 한 번도 표현된 적이 없는 독특한 영혼이 뿜어져 나온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음악으로 국내 활동 계획은 없나.

▲내년 10월 고음악 아카데미와 함께 음반 프로그램으로 공연할 계획을 갖고 있다. 내년 12월에는 '피가로의 결혼'을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한다. 한국에서는 고음악이 생소한 분야다. 유럽에서 하는 고음악 공연은 다 차려진 밥상에서 먹기만 하면 되지만 한국 관객들을 만나면 요리하는 방법부터 일일이 소개를 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명감도 있고 보람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도 배울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활동 무대는 유럽이 될 것 같다.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무대에 있을 때는 특별한 사람이길 원하고 무대 밖에서는 한없이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노래는 삶에서 실제로 겪은 것들이 펼쳐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늘 아티스트로 살면 공감대가 작아질 수 있다.
뛰어난 예술가지만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 사는 것이 목표이고 꿈이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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