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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종료 임박] 美 연준에 쏠린 세계 금융시장.. 'POST 양적완화' 시나리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0 17:33

수정 2014.10.20 17:33

[양적완화 종료 임박] 美 연준에 쏠린 세계 금융시장.. 'POST 양적완화' 시나리오

미국의 양적완화(QE) 종료를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QE는 2008년 글로벌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 붕괴 후 불어닥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시행된 대응책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자산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대미문의 정책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조4743억6000만달러(약 4742조원)를 풀었던 연준이 자산매입을 종료하기로(더 이상 시장에 돈을 풀지 않기로) 예정한 이달 말이 다가오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껏 한번도 실행해 본 적 없는 QE에 적응해 왔던 세계 금융시장에 그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긴장하면서 전 세계 48개국 주가지수를 포괄하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올월드스톡인덱스(FTSE AWSI)는 이달 초 대비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4.78% 하락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박한 QE 종료… 시장 요동

통화정책을 정상 기조로 되돌리는 연준의 금리인상은 미정이지만 시장이 벌써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후 상황을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UBS 전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조지 매그너스 "현 통화정책 체제는 우리 모두에게 제2의 본질 같은 것이 되어서 (정책 변화에 따른) 초기 반응은 극단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탠더드라이프 최고경영자(CEO)인 키스 스커치는 연준의 QE가 전인미답의 길을 걸었듯 QE 종료 뒤 상황 전개 역시 "우리나 경제 모두 경험이 없어 그 누구도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매그너스는 "투자심리 전반이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QE가 경제와 시장에 미친 구조적 영향이 전혀 이해되지 않은 상태여서 그 불확실성의 정도는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정책 기조 변화는 긍정적 요인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비교적 완만하게 정상적 수준으로 되돌리면 투자자의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시장이 실물경제에 자금을 수혈하도록 해 세계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 변화에 따른 충격으로 시장이 흔들릴 수 있고, 그럴 경우 지금까지 경제적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특히 QE가 금융시스템을 심각할 정도로 취약하고, 시장을 과도하게 중앙은행 의존적으로 만들었고, 다음 위기의 여건을 조성했다는 우려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총재를 지낸 악셀 베버 UBS 회장은 "역사적으로 미국 통화정책 긴축은 늘 세계시장에 규칙적이고, 지속적으로 충격을 줘 왔다"면서 "투자자는 안전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준은 1994년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로 전환해 채권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뒤 시장과 교감을 통해 정책전환 충격을 줄이고 있으나 이달 6년간의 자산매입이 종료되면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경제는 회복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은 다시 침체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은 성장둔화를 겪는 등 세계경제가 중대한 고비에 몰린 상황이라는 점도 악재다.

이와 함께 연준의 긴축 전환과 달리 일본·유럽이 통화완화 정책을 펴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일본과 유럽의 통화증발이 연준의 긴축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 CEO 출신인 모하메드 엘 에리안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이 같은 각국 중앙은행의 다양한 통화정책 방향은 심각한 위험을 몰고 올 수 있다"며 "이전 경험으로 볼 때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은 대개 뭔가를 결딴내곤 했다"고 우려했다.

연준 등이 너무 오랫동안, 너무 낮게 금리를 유지하면서 시장 기능에 변화가 일어난 것 역시 우려를 부른다.

무엇보다 중앙은행의 개입 규모가 엄청나 중앙은행은 그 자체로 시장이 됐고,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대출기관 또는 자산매입 기관으로 작동하는 상태다. 막대한 규모의 개입으로 전통적 금리조절 수단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Post QE' 시나리오 다양

QE 종료가 임박했는데도 'Post QE'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쟁점은 연준이 과연 오는 28,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QE3를 종료할 것인지 여부다. 시장에서는 예정대로 QE3를 종료할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마켓워치는 FOMC 회의에서 QE가 종료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로존 위기의 재연 가능성, 중국 경제의 둔화, 에볼라 확산 등 각종 악재가 중첩되면서 'QE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10월 종료 예정인 자산매입을 연기하든지, 자산매입 규모를 다소 축소하더라도 QE를 좀 더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모리 해리스 UBS인베스트먼트리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주말 CNBC 프로그램에 출연, "아직도 연준이 월 150억달러씩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을 (시장은) 간과하지 말라"며 "연준은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자산매입 규모를 '제로(0)'로 만드는 결정을 내리는 대신 100억달러는 축소하고 50억달러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의 관심은 QE 종료 시기에 따라 정해질 금리인상 시점에 집중되고 있다. 기존에는 내년 여름 정도에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었지만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유로존 등 글로벌 경제둔화, 달러 강세와 유가하락 등으로 인플레 기대심리가 줄고 있다"며 "투자가들이 금리인상 시기를 내년 여름에서 내년 9월 이후로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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