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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7곳 상장·추진 '스팩' 부활.. 외부감사인 지정제가 복병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1 17:15

수정 2014.10.21 17:15

올 17곳 상장·추진 '스팩' 부활.. 외부감사인 지정제가 복병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가 부활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우회상장할 수 있는 데다 자금 모집이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최소한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내년 외부감사인 지정 제도 시행 등에 따른 부담으로 자칫 관련 시장이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17개 상장 혹은 추진 중

2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상장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동부제2호스팩을 포함해 올 들어서만 17개 스팩이 이미 코스닥에 상장했거나 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상태다. 케이비제2호스팩 등 5개사의 상장이 승인됐고 신한제2호SPAC 등 9개사는 심사승인이 났다.
3개사는 청구서를 접수했다.

특히 지난 6월까지 스팩 상장 개수는 4개에 머물렀다가 하반기 들어서만 이날까지 13개사가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단 2개의 스팩이 상장된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준이다.

스팩이란 비상장기업을 우회상장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류상 회사다.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후 3년 내 비상장 우량기업과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인수합병(M&A)한 회사가 우회상장에 성공하면 자본금 평가차익 등을 벌 수 있고 합병하지 못한 채 청산되더라도 공모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 스팩 합병은 비상장사의 지정감사인 감사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보다 빨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합병·상장을 원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지난해보다 스팩이 확실히 늘어났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외부감사인 지정제 부담

하지만 최근 들어 스팩 상장이 주춤하다. 가장 큰 요인은 금융당국의 외부감사인 지정제 실시에 따른 부담이 꼽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 지정감사 제도를 우회상장 법인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당장 스팩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을 계획한 피합병법인은 지정감사를 받아야 한다.

신속한 상장이 최대 강점인 스팩의 필요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팩을 통한 상장 및 M&A 일정이 늦춰지게 될 경우 성과 없이 상장을 폐지하는 스팩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지난 3개월간 급증했던 스팩이 최근 들어 청약률이 줄어드는 등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아무래도 감사인 지정제 시행 등이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도 "상장을 원하는 기업과의 합병을 빠르게 상장시켜 투자자와 기업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 스팩의 목적"이라면서 "지정감사제가 도입되면 최소 4개월 이전에 지정감사를 신청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스팩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증권사의 경우 스팩을 우회상장 등 M&A 수단이 아닌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팩을 설립하게 되면 공모가의 절반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어 M&A가 실패하더라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라는 설명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정감사인 제도 시행에도 불구, 스팩이 늘고 있는 것은 일부 증권사들이 스팩을 IPO 수단이 아닌 이익 실현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M&A를 하지 못해 청산하더라도 공모주 투자를 통해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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