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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창 프로골퍼의 '키다리 아저씨'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2 09:19

수정 2014.10.22 22:29

프로암에서 만난 인연으로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쌓으며 남자프로골프 위기 탈출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이민창 프로(왼쪽)와 조호연 회장.
프로암에서 만난 인연으로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쌓으며 남자프로골프 위기 탈출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이민창 프로(왼쪽)와 조호연 회장.

'여고남저'

국내 프로골프의 현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다시 말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은 반면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는 창립 이래 최대 위기로 비쳐질 정도로 위축되어 있다. 여러 가지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투어의 주체인 프로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프로들 사이에서 '투어의 발전은 그 구성원인 회원들 하기 나름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자성론이 팽배하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는 커다란 변화로 나타났다.
프로들이 하나같이 세일즈맨의 심정이 되어 눈물겹도록 팬과 기업들의 환심을 사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대회 프로암에 참가한 아마추어들 사이에서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칭찬이 자자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프로암이 위기의 돌파구가 되고 있는 가운데 프로암 때 맺은 인연으로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이민창 프로(27)와 ㈜씨티씨바이오의 조호연 회장(56)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3년 전 대신증권KPGA 선수권대회 프로암에서였다. 라운드 내내 예의 바르게 성심성의껏 레슨을 해준 젊은 프로의 모습에 조 회장은 크게 감동받았다. 그리고 그 이후 자주 연락을 취하면서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이민창에게 조 회장은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것을 계기로 인연을 중시한다는 조 회장이 이민창의 열렬한 팬이 된 것은 당연. 투어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는 아니었지만 조 회장은 바쁜 회사 업무에도 이민창의 대회 성적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씨티씨바이오는 제약, 건강기능식품, 동물약품을 취급하는 기업으로 미생물발효기술, 약물코팅기술, 약물전달기술 등과 같은 핵심 기술을 접목한 자체 제품 개발로 2008년에는 세계 일류상품(씨티씨자임), 2009년에는 장영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조 회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대회가 있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경기 결과에 관심이 가더라"며 "기본적으로 실력은 있는데 운이 따라 주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2011년 티웨이항공오픈 준우승과 그해 하이원리조트오픈 1라운드 때 8언더파를 쳐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기상 악화로 대회가 취소된 것을 특히 아쉬워했다.

건실한 중견기업인이 아직 정규투어 우승이 없어 무명이나 다름없는 남자 선수와 밀월(?)을 즐기는 이유는 또 있다. 다름아닌 이민창의 욕심 없는 순수한 마음 때문이다. 구력 20년, 핸디캡 12로 자칭 골프 마니아인 조 회장은 대회가 없는 시기에 이민창과 가끔 라운드를 하곤 했다. 그러면서 더러 용돈 명목으로 금일봉을 주려고 했지만 극구 사양하는 바람에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조 회장은 "그럴 때마다 '됐다'라는 마음과 함께 '한 번 사귀어 볼 만한 친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우정은 2012년 12월에 이민창이 현역병으로 군에 입대한 이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조 회장은 이민창의 어머니가 소화기 계통 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회사가 만든 유산균을 보내 건강을 되찾게 했다. 그런 조 회장의 배려에 지난 9월 초에 전역한 이민창은 가장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조 회장은 "그런 모습을 통해 요즘 보기 드문 괜찮은 젊은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됨됨이' 하나만 보고 내년 시즌부터 이민창을 후원해 주기로 했다.
전 경기가 아닌 조건부 출전권 선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이민창은 "올 동계 훈련을 알차게 실시해 내년 한 해가 회장님의 사랑과 격려에 보답하는 시즌이 되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민창과 조호연 회장의 우정이 위기의 남자프로골프를 구해낼 모델이 아닌가 싶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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